[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우승 도전에 나선 동갑내기 태극전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시우(CJ)는 공동 선두로 뛰어올라 우승을 노리고 고진영(솔레어·이상 28)은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주춤했다.

김시우는 행운이 따른 하루였다. 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에 있는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757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특급 대회인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2000만달러) 3라운드에서 더블보기를 두 개나 범하고도 언더파를 기록,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첫 홀 버디로 기분 좋게 3라운드를 시작한 김시우는 3번 홀(파4)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지는 바람에 2타를 잃었다. 전반 9개 홀을 이븐파로 마친 그는 11번 홀(파5)에서 공을 티샷과 세 번째 샷이 모두 물에 빠지는 바람에 또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그러나 곧바로 12, 13번 홀 연속 버디로 잃었던 타수를 되찾았고 15번 홀(파5) 버디로 언더파 점수를 써냈다. 버디 6개를 뽑아내는 섬세함이 두 번의 더블보기 악몽을 이긴 동력으로 작용했다.

김시우 역시 “더블 보기를 두 개나 했는데, 언더파로 마무리해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최종라운드도 오늘처럼 끝까지 기다리면서 플레이하면, 좋은 찬스가 있을 것 같다”며 우승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김시우는 지난 1월 소니오픈에서 PGA투어 통산 4승째를 수확했다.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 5개월 만이자 올해 첫 특급대회 우승 영예를 누린다.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 세계랭킹 1위를 다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어머니가 한국인인 데이비드 립스키(미국)과 공동 선두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10월 더CJ컵 이후 8개월 만에 통산 24승에 도전한다. 립스키는 DP월드투어 2승, 아시안투어 1승 콘페리투어 1승 등을 따낸 샛별이다. 3라운드 막판까지 단독선두였지만 17, 18번홀에서 여속 보기를 범해 공동 1위 자리를 내줬다.

경험면에서는 매킬로이, 기세 면에서는 립스키가 비교 우위여서 김시우의 강한 멘탈이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시우는 “2라운드 때처럼 플레이(4언더파 68타)하면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더 긴장되고 부담감이 있겠지만, 꼭 이겨내고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시우가 우승하면 최경주(53·SK텔레콤) 이후 PGA투어 통산 5승 고지를 밟은 두 번째 한국인으로 남는다.

고진영은 바람에 무릎을 꿇었다. 뉴저지주 저지시티에 있는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파72·6656야드)에서 이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총상금 275만달러) 3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페어웨이를 여섯 차례나 놓쳤고, 그린도 네 번 놓쳤다.

전날 날카로운 퍼팅감으로 선두를 매섭게 추격(2타차)했는데, 타수를 줄이지 못한 탓에 공동 6위로 미끄러졌다. 고진영은 “바람 때문에 힘들었다. 컨디션이 지난 이틀같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븐파로 마무리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리버티 내셔널GC는 오후들어 기온이 떨어지고 강풍이 불었다. 샷과 퍼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컨디션. 고진영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린 스피드가 느렸다. 스피드를 맞추기 어려웠지만, (선수들 모두) 같은 컨디션이었고, 다른 선수들이 워낙 잘했기 때문에 불평할 수는 없다”고 부진을 인정했다.

대회 선두는 아마추어 최강자로 141주간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다 프로로 전향한 로즈 장이 차지했다. 프로 전향 후 처음 출전한 LPGA투어 대회인데, 우승에 도전하는 셈이다. 그는 이날 6언더파 66타로 중간합계 11언더파 205타를 적었다. 2위 그룹과 2타 차다. 로즈 장이 우승하면 1951년 베벌리 핸슨(이스턴 오픈), 2018년 고진영(호주 여자오픈)에 이은 역대 세 번째 데뷔전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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