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V리그에 외국인 감독 바람이 불고 있다.

V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감독을 비롯해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감독, 페퍼저축은행의 아헨 킴(미국) 감독, 그리고 OK금융그룹의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으로 총 4명, V리그 출범 최다다.

V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이 최초 선임된 건 2010~2011시즌 반다이라 마모루(흥국생명)다. 전 시즌인 2009~2010시즌 코치직을 수행하다 당시 어창선 감독의 사임으로 인해 감독 대행을 거쳐 흥국생명의 17대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외인 사령탑의 V리그행은 발길이 끊겼다. 다시금 문을 연 건 대한항공이었다. 2020~2021시즌 대한항공은 구단 최초이자 V리그 역대 두 번째로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을 데려왔다. 산틸리 감독은 자신의 배구 철학을 팀에 녹이면서 대한항공의 숙원 사업이었던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함께 구단 첫 통합 우승의 업적을 일궜다.

끝이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또 한 번의 변화를 택하면서 두 번째 외인 감독인 토미 틸리카이넨을 데려오면서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의 통합우승을 이끌면서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여기에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지난시즌 도중 아본단자 감독을 선임했고, 페퍼저축은행 역시 아헨 킴 감독에게 팀을 맡기면서 차기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OK금융그룹도 바통을 이어받았다. 구단은 지난 29일 오기노 감독의 선임 소식을 알리면서 “한국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본기 배구에 강한 오기노 감독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제 V리그에서 외인 감독이 팀을 이끄는 모습은 어색하지 않다. 구단들 역시 다소 ‘한정적인’ 국내 지도자들을 모색하는 것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간 V리그는 ‘닫힌 리그’라는 이야기를 간간이 들어왔다. 세계배구의 실력과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배구여제’ 김연경이 중심 잡았던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제외하면 국제무대에만 서면 작아지는 V리그였기에 더욱 그렇다.

일본과 중국, 이탈리아 등 세계무대를 경험하고 온 김연경은 선수들에게 ‘해외 진출’을 권하곤 한다. 직접 경험해보고 부딪혀봐야 한 단계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도 “한국 배구의 도전인 것 같다. 정말 기대된다”며 아본단자 선임 소식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외인 감독은 팀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일단 선수들을 편견 없이 바라본다. 조금은 사라진 듯 보이지만 아직 배구계에는 학연·지연의 문화가 녹아들어있다. 또한 윗선의 개입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이러한 것들을 아예 배제하지는 못한다.

비록 외인 감독이 한 선수의 성격과 이력 등을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바탕에 두고 ‘0’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다른 시각으로 리그를 바라보고, 선수들을 육성할 수 있는 지도력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외인 감독이 옳다는 말이 아니다. 세계배구를 직접 경험해본 지도자들이 국내에 들어옴으로써 국제무대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선수들뿐 아니라 국내 지도자들 역시도 세계배구의 트렌드를 조금이라도 경험해보고, 따라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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