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홈런 치는 중견수. 어느 팀이나 매력적이다. 삼성에 그런 선수가 등장했다. 이성규(30)다. 실력을 보였고, 기회까지 왔다.

이성규는 27일까지 치른 시범경기에서 33타수 12안타, 타율 0.364에 5홈런 11타점, 출루율 0.400, 장타율 0.620, OPS 1.020을 만들었다. 시범경기 홈런 1위다.

입단 당시부터 파워는 인정을 받았다. '거포 유망주'라 했다. 잇달아 부상을 당한 것이 아쉬웠다. 2018년 경찰 야구단에서 31홈런을 폭발시키며 한껏 기대를 모았다. 전역 후 퓨처스에서는 줄곧 좋았는데 1군만 오면 힘들었다. 부상도 계속 발생했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다.

2023년은 다르다.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전혀 달라진 방망이 솜씨를 보이는 중이다. 약점이라던 변화구 대응도 이제는 되는 모습. “변화구에 약하다는 부분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자꾸 그러니까 매몰되더라. ‘'삼진 당해도 그냥 돌리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도 변화를 줬다. “막무가내 스윙을 했는데 이제는 코스를 보고 돌린다. 코치님들께서 ‘너무 당겨치기만 한다. 배트를 던지면서 쳐보라’고 하셨다. 센터 방향으로 치고 있다. 그렇게 하니까 변화구도 참을 수 있게 됐다”고 짚었다.

타격은 기본적으로 삼성이 기대했던 부분이다. 달라진 부분이 또 있다. 수비다. 원래 내야를 봤다. 유격수로 뛰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외야로 나갔다. 좌익-중견-우익 연습을 다 하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외야로 고정하는 쪽이 타격에도 더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성규도 “외야로 나가니 마음은 편해진 것 같다.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성과가 나오니 이쪽도 성공이다.

정규시즌까지 이어진다. 주전 중견수 김현준이 지난 19일 갑작스럽게 유구골 골절상을 당하면서 이탈했다. 3개월이나 자리를 비운다. 누군가 중견수를 봐야 한다. 첫손에 꼽히는 선수가 이성규다. 실제로 김현준이 빠진 후 이성규가 줄곧 중견수를 보고 있다.

그냥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수비력이 좋다. 파워에 가려져 있던 빠른 발이 빛을 보는 중이다. 발이 빠르면 자연히 범위가 넓다. 27~28일 한화전에서 여러 차례 보여줬다.

27일 한화전 3회초 최재훈이 좌중간 안타를 쳤다. 코스가 좋아 2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 이성규가 빠르게 달려 공을 잡았고, 곧바로 2루로 송구해 아웃시켰다. 7회초에는 박정현이 친,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잡아냈다. 타격 순간 바로 스타트를 끊었고, 펜스까지 따라가 부딪히면서 포구에 성공했다.

28일 한화와 경기에서도 넓은 수비 범위를 보였다. 큰 타구든, 짧게 떨어지는 타구든 잘 따라붙는 모습. 외야로 처음 나간 선수인데, 코너 외야도 아니고 중견수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높은 타율에 홈런도 많다. 수비까지 잘한다. 마침 그 자리에 주전으로 뛰던 선수가 없다.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박진만 감독은 언제나 “좋은 선수는 당연히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딱 맞는 선수가 현재 이성규다.

일반적으로 중견수는 발 빠른 교타자가 많다. '1번 타자'가 연상된다. 이성규가 자리를 잡는다면, '거포 중견수'가 나온다. 기존에 없던 유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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