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유노윤호.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서울]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흑역사는 있다. 그러나 그 흑역사를 웃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재량이다. 영원히 그 흑역사에 갇혀 발전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흑역사를 딛고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종영된 MBC '야경꾼 일지'의 유노윤호는 후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연기자'다. 지난 7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별바라기'에 출연한 유노윤호는 자신의 연기 혹평에 대해 "악플을 정말 많이 받았다. 하지만 악플도 관심이 있어서 다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춤도 노래도 처음에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연기도 노력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을 질타해 달라.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공부해 성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의 말대로 더 이상 '발연기'의 대명사가 아닌 한 명의 '배우'로서 성장했다.



위쪽 '논스톱4' 유노윤호. 출처 | MBC 방송 캡처

아래쪽 '반전 드라마' 유노윤호. 출처 | SBS 방송 캡처



◇ 가볍게 시작한 '논스톱4'-'반전 드라마'
2003년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유노윤호는 2004년 MBC '논스톱4' 통해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사실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의 연기는 크게 강조되지 않았고, 일회성 출연이었기 때문에 웃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당시 유노윤호는 10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동방신기의 리더였다. '배우'보다는 '아이돌 가수'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의 연기력을 진지하게 논하는 이는 없었다. 2005년 SBS '일요일이 좋다-반전 드라마' 또한 예능프로그램 속에서 '멋진 이미지'를 강조하는 일회적인 연기가 다였기에 약간의 오글거림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위쪽 '베케이션' 유노윤호. 출처 | '베케이션' 캡처

아래쪽 '지구에서 연애 중' 유노윤호. 출처 | '지구에서 연애 중' 캡처



◇ 팬들만 보는 거니 '괜찮아'? '베케이션'-'지구에서 연애 중'
2006년 개봉한 극장용 TV드라마까지도 유노윤호의 연기력은 논란이 될 문제는 아니었다. 극장용 TV드라마 자체가 대중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졌고, 당시 두터웠던 동방신기의 팬덤을 노리고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베케이션'은 휴가를 받은 동방신기 멤버들이 겪는 일을 네 개의 에피소드로 풀었으며 '지구에서 연애 중'은 고등학생 남편과 그의 담임인 아내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유노윤호의 연기를 조금이라도 길게, 진지하게 볼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는 명백하게 '팬들에게'로 한정됐다. 물론 대중 앞에 섰다면 맹렬한 비판을 받을 연기력이었다.


'맨땅에 헤딩' 유노윤호. 출처 | MBC 방송 캡처



◇ '발연기'의 대명사가 되다…'맨땅에 헤딩'
유노윤호의 연기력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은 그가 처음으로 한 편의 드라마 속 주인공을 맡게 됐을 때다. 단순한 일회성 출연도 아니었고, 팬들만 보는 극장용 TV드라마도 아니었다. 시청률로 승부하는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이었다. 그런 면에서 2009년 방영된 MBC 드라마 '맨땅에 헤딩'은 정말로 시청률이 맨땅에 곤두박질쳐버렸다. 그의 연기는 '발연기'라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혹평을 받았고, 특히 극중 박지성의 광고를 보며 "어쭈 인상 써? 한 판 붙을까? 내가 우습냐! 내가 우습냐고... 맨유 좋냐. 퍼거슨 감독이 잘해줘?"라며 화를 내는 모습과 첫 사랑이 결혼하자 결혼식에 찾아가 분노하는 모습 등은 지금까지도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발연기' 장면이다. 당시 '맨땅에 헤딩'은 최저 시청률 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위쪽 '포세이돈' 유노윤호. 사진 | 에넥스텔레콤 제공

아래쪽 '야왕' 유노윤호. 출처 | SBS 방송 캡처



◇ 과도기 '포세이돈-야왕'
'맨땅에 헤딩'으로 '발연기'의 대명사가 된 유노윤호는 이후 영화 '스바루'의 특별 출연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연기 활동을 하지 않으며 가수 활동에 집중했다. 동방신기의 소송 문제가 급격하게 진행되던 시점이다. 그러던 중 유노윤호는 2011년 '포세이돈'의 까메오로 출연하며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쳤고, 2012년에는 SBS '야왕'의 백도훈 역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백도훈은 극중 주다해(수애)를 사랑하는 재벌집 도련님으로, 비중이 적지 않았던 탓에 연기력 논란은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맨땅에 헤딩'과 비교하면 적어도 '야왕'에서 유노윤호는 자신만의 '백도훈'을 보여줬다. 나름 장족의 발전이었던 셈이다. 처음으로 극을 보는 데에 연기력이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늘기도 했다.


'야경꾼 일지' 유노윤호. 출처 | MBC 방송 캡처



◇ '발연기' 오명 씻어낸 '야경꾼 일지'
유노윤호가 드디어 '배우'로서 자리를 잡게 된 작품이다. 사실 첫 방송 전까지는 무거운 '사극'이라는 장르와 끊임없이 따라 붙었던 연기력 논란에 대중의 기대감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노윤호는 다른 주연 배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오히려 낮은 목소리와 묵직한 카리스마로 차가운 매력이 돋보이는 '무석'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극중 동생 인화의 죽음에 오열하는 장면이나 도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연기력의 방점을 찍었던 임금에게 배신을 당하는 장면 등은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선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칭찬을 받았다. 여전히 발음이 뭉개지는 등의 문제가 남아있으나 '야경꾼 일지'에서 유노윤호는 정윤호라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21일, '야경꾼 일지'는 시청률 12.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동시간대 1위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유노윤호가 연기한, 아니 정윤호가 연기한 '무석'이라는 캐릭터는 오래도록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이다. 정윤호는 '연기력 논란'과 '아이돌 가수'라는 껍질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벗겨냈다. 때문에 이제는 '배우' 정윤호의 다음 작품이, 그가 보여줄 새로운 연기가 기대된다.

황긍지 인턴기자 prid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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