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3이닝 1안타 무실점 박세웅[포토]
대한민국 선발투수 박세웅이 12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체코와 대한민국의 경기 5회초 2사 2루에서 투구수가 59개를 기록하며 곽빈으로 교체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도쿄=황혜정기자] 야구는 역시 흐름과 기세 싸움이다. 공이 바뀐 것도 아닌데 ‘K-영건’들이 실맡같은 희망을 지켜냈다. 화두는 커브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세 번째 경기를 치렀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지만, 중국에 역전승을 거두는 등 복병 역할을 톡톡히 소화하고 있는 체코를 만났다. 최소이닝, 최다득점으로 첫 승을 따낸 뒤 13일 체코가 호주를 누르고, 한국이 중국을 대파하면 기적처럼 8강에 오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자존심을 크게 구긴 지난 10일 일본전에서 1.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낸 박세웅이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체코 사냥 중책을 맡아 선발로 나섰다. 초구를 시속 148㎞짜리 강속구로 선택한 박세웅은 5회 2사까지 단 1개의 안타만 내주고 삼진 8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속구-슬라이더 조합에 스플리터를 가미했는데, 가장 돋보인 구종은 커브였다. 도쿄돔 특성상 높은 커브는 장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담이 있지만, 박세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체코전 선발나선 박세웅[포토]
우완투수 박세웅이 12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체코와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역투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시속 145㎞ 이상 속구를 꾸준히 뿌려대니 체코 타자들이 속구에 타이밍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컷패스트볼처럼 예리한 슬라이더로 배트 중심을 비껴간 뒤 기습적으로 날아드는 커브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5회초 1사 후 마틴 뮤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에도 결정구는 낮은 커브였다. 속구와 같은 높이로 출발해 벨트선 높이로 날아들던 공이 무릎 아래로 뚝 떨어지자 체코 타선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곽빈도 같은 패턴으로 체코 타선을 상대했다. 곽빈 역시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가 일품인데, 요소요소에 커브를 섞어 마음 급한 체코 타자들의 방망이를 끌었다. 3구 이내에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는 비율도 높았고, 불필요한 유인구를 뿌리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도 박세웅과 곽빈의 공통점이었다.

7회초 연거푸 주자 내보내는 곽빈[포토]
곽빈이 12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체코와 대한민국의 경기 7회초 소가드에 이어 흘루프에도 안타를 허용해 1,2루 위기를 맞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그러나 7회초 실점 과정을 살펴보면 경험부족이 도드라졌다. 곽빈은 결정구로 던진 회심의 커브가 볼 판정을 받자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심판의 볼 판정에 경기력이 흔들리는 게 야구 특성이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회복하는건 선수 개인의 역량이다. 최정예 멤버로 꼽히는 한국 투수들이 공 하나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9일과 10일에도 호주, 일본을 상대로 도망가는 투구를 했다. 홈런 한 방으로 흐름을 끌어왔을 때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투구로 타자들과 기싸움에서 패했다. 충격적인 2패를 떠안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원인이다.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를 갖추고도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 ‘준비의 밀도’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것도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인 한국 대표팀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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