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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25분 중 볼카노프스키가 우세한 시간은 단 1분밖에 없었다.”(이슬람 마카체프)
“2, 3, 5라운드는 내가 확실하게 우위였다.”(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지난 12일 호주 퍼스에서 UFC 284가 열렸다. 이날 메인이벤트는 라이트급 챔피언 이슬람 마카체프(31·러시아)의 1차 방어전으로 상대는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였다. 볼카노프스키는 이번 대결에서 한 체급 올려 도전했다. 챔피언 벨트를 획득하면 호주 격투기 사상 최초로 두 체급을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명승부였다. UFC 역사상 최초의 통합랭킹(P4P) 1위(볼카노프스키)와 2위(마카체프)의 대결다웠다. 1라운드는 탐색전으로 시작했다. 볼카노프스키는 스탠스를 바꾸며 거리를 쟀고, 럭비선수 출신답게 신체 조건이 좋은 마카체프는 간헐적으로 킥을 차며 근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마카체프의 긴 리치를 조심하기 위해서였다. 신경전을 벌이다 볼카노프스키의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에 마카체프가 흔들렸다. 하지만 마카체프는 이어진 근거리 주먹싸움에서 녹다운을 얻어냈다.
2라운드에서는 볼카노프스키가 힘을 냈다. 전진 공격으로 마카체프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마카체프는 테이크다운을 허용했지만 금방 일어났다. 볼카노프스키가 쉴 새 없이 공격하면서 벌어진 틈을 마카체프는 놓치지 않았다. 빈틈으로 마카체프의 왼손 스트레이트 펀치가 정통으로 들어갔다. 볼카노프스키는 큰 충격을 입고 비틀거렸다.
치열한 3라운드를 지나 4라운드에 마카체프가 승부수를 던졌다. 마카체프는 전진하는 볼카노프스키에게 절묘한 타이밍의 카운터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마카체프는 볼카노프스키를 백포지션에서 바디록으로 잠가 라운드 끝까지 컨트롤했지만, 탭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5라운드에서 기적이 일어날 뻔했다. 4라운드에서 그라운드를 완벽하게 내준 볼카노프스키가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마카체프는 지쳤고, 경기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듯, 대형 스크린을 자주 봤다. 볼카노프스키는 타격에 이어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지만, 마카체프는 간신히 막아내며 라운드를 끝냈다. 종이 마카체프를 살린 셈이었다.
5라운드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며 역대급의 대결을 보여준 두 선수에게 매겨진 채점표는 마카체프의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이었다. 세 명의 심판은 각각 48:47, 49:46, 48:47로 채점하며 마카체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이후 여러 매체에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리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본인들도 리매치에 적극적이다.
볼카노프스키는 패배한 직후 자신의 SNS에 “팬들이 요구하고, UFC가 요구하고, 마카체프가 요구하면 리매치를 해야 한다. 난 당연하다“라며 마카체프와 UFC를 압박했고, 마카체프 또한 ”볼카노프키는 최고의 파이터였다. 좋은 경험을 했다. 팬들이 리매치를 원하면, 나 또한 기꺼이 준비할 것이다“라며 볼카노프스키와의 리매치를 받아들였다.
판정을 번복할 순 없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UFC의 베테랑 해설위원인 선수 출신의 조 로건은 “단언컨대, 이번 경기는 마카체프가 패배했다. 마카체프의 승리를 선언하다니 미친 짓이다”라며 “내가 보기에 볼카노프스키가 세 개의 라운드에서 완벽하게 우세했다”라고 볼카노프스키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후 외신을 통해 뿌려진 영상과 사진도 볼카노프스키의 우세를 은연중 대변하고 있다. 민머리인 볼카노프스키는 상처 하나 없이 머리와 얼굴이 반짝거렸지만, 마카체프는 눈두덩이가 부어오르고 멍이 드는 등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특히 유효타 기록에 있어서 볼카노프스키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선수 모두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이날은 타격으로 승부를 걸었다. 유효 테이크다운이 4라운드 들어 마카체프에게 한 차례 기록될 정도로 그라운드 공방은 적었다. 반면 타격에서는 유효타 숫자가 69:48로 볼카노프스키가 우세했다. 라운드로 치면 마카체프가 1, 3라운드에서 우세했고, 볼카노프스키는 4, 5라운드에서 우세를 보였다. 2라운드는 똑같이 19개의 유효타를 기록했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으로 전 세계 격투기 팬들을 매료시킨 마카체프와 볼카노프스키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리매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인들은 물론 팬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UFC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리매치다. UFC는 이번 대회를 PPV(Pay-Per-View)로 진행했다. 그만큼 수익이 컸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도 주판알을 튕기는 데 명수인 만큼 주저없이 리매치를 성사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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