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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기자] 높은 타점, 빠른 구속,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 지난해 SSG를 우승으로 이끈 윌머 폰트를 연상케한다. 두산에 이런 투수가 있다. 이승엽 감독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어느덧 프로 10년차로 접어드는 이승진(28) 얘기다. 이승진은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센터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풀타임 1군으로 자리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두 차례 불펜피칭했는데, 타점이 높아 속구가 날아드는 각이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투수들의 구위를 점검하는 데 신경을 쏟고 있는 이 감독도 이승진의 불펜투구는 꼼꼼히 지켜본다.
이승진은 지난해 35경기에서 31.1이닝을 던졌다. 3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ERA) 6.61로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했다. 2021년 47경기에서 48.1이닝을 소화해 1승4패2세이브 13홀드에 ERA 3.91을 기록한 임팩트를 잇지 못했다. 강속구 투수가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을 모두 가진데다 프로 10년차로 접어드는 데도 확실한 보직을 잡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들쑥날쑥한 제구 탓에 자신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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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진도 이승진의 각성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불펜투구 때 타자를 세워두기도 하고, 같은 구종을 연속해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는 훈련도 한다. 이 감독은 “장점이 뚜렷한 선수”라면서도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확실한 자기 것이 있어야 이를 구심점 삼아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왼팔을 쓰는 방법이 투구 때마다 다르다. 일정한 투구폼으로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게 우선이다. 일정한 투구폼을 가지려면 자기확신을 두고 던져야 한다. 특히 이승진처럼 타점이 높고 구위가 좋은 투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타자를 요리할 수 있다. 자신만의 투구 밸런스를 정립하면, 운신의 폭도, 꾸준함도 증가한다. 부상과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장원준이 ‘좋은 예’의 대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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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는 큰 신장에 높은 타점, 빠른 구속에 완성형 변화구로 랜더스 우승을 견인했다. 폰트의 강점 중 하나는 왼팔로 타자의 시선을 현혹한다는 점이다. 투구를 시작하면, 글러브를 본부석 위로 번쩍 들어 올려 타자의 시선을 빼앗는다. 폰트의 높은 타점이 더 도드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폼이다.
이승진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만큼 타점과 구위가 좋다. 이 감독은 “생각을 단순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가량. 이승진이 ‘자기 것’을 찾는 순간, 두산은 구위형 투수 한 명을 더 얻을 수 있다. 올해 캠프가 두산과 이승진 모두 변곡점이 될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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