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두산 이승엽 감독, 자신감으로!
이승엽 감독이 18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 취임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우연한 만남. 두산과 ‘국민 타자’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아시아를 호령한 홈런왕의 겸손함은 구단주의 마음을 흔들었고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철학은 막연함을 확신으로 바꿔 놓았다. ‘국민 타자’ 이승엽(46)이 두산 감독에 선임된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두산 박정원 구단주가 직접 이승엽에게 감독직을 제안하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히 저녁 식사를 함께할 자리가 생겼고, 한걸음에 달려가 야구 얘기로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 이승엽의 야구철학과 몸에 밴 겸손함이 박 구단주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승엽 역시 구단주의 야구사랑과 존중에 감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교류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팀 재건 필요성에 고심하던 박 구단주가 이승엽을 만날 자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운명적 만남으로 볼 수 있다.

[포토]두산베어스 제11대 이승엽 감독 취임식
이승엽 감독(오른쪽 둘째)이 18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 취임식에서 두산 김태룡 단장(맨 왼쪽)과 전풍 사장(왼쪽 둘째), 주장 김태환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 감독은 10월 초 최강야구에서 호흡을 맞춘 유희관과 골프 라운드를 즐겼다. 비야구인 두 명이 동반자로 함께 했는데, 이 중 한 명이 박 구단주와 친분있는 인사였다. 라운드 후 저녁 식사 자리에 구단주가 초대됐다. 박 구단주는 SSG 정용진 구단주만큼이나 구장을 자주 찾는다. 그룹이 재정위기를 겪어 자산을 매각할 때도 “야구단만큼은 절대 팔지 않겠다”고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선수들과 교류도 잦아, 두산에서 100승을 따낸 뒤 은퇴한 유희관과도 격의 없이 대화할 정도였다.

‘모처럼 유희관을 만났는데, 마침 이승엽이 있더라’는 우연을 가장한 시나리오일 수 있다. 젊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려는 구상을 하고 있던 차에 이승엽이라는 KBO리그 최고 슈퍼스타와 대화를 나눌 자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막연함으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확신으로 바뀌었고,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과묵하지만 소탈한 성품인 박 구단주는 결정적 순간에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사업가다. 두산이 단기간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벗어난 것도 박 구단주의 승부수가 통한 덕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소 “기업 성과는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팀플레이로 이룬 성과가 훨씬 크고 지속적이다. 이런 면에서 경영은 야구와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포토]이승엽 감독, 두산맨으로!
이승엽 감독(오른쪽)이 18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 취임식에서 두산 전풍 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위대한 선수이지만 언제나 팀을 먼저 생각한 이 감독의 야구관은 박 구단주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다. 구단주가 설득하고 구단 경영진이 계약을 체결하는 그림도 일종의 팀플레이다. 이른바 ‘원샷 원킬’로 야구팬과 레전드 관계를 구단주와 감독으로 바꿨다.

이 감독은 지난 18일 치른 취임식에서 “두산의 실패 원인은 수비에 있다. 마운드와 수비가 안정되려면 포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임 감독이 취약 포지션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 구단주의 수완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단주가 직접 나서면, 막연함이 확신으로 바뀔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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