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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연속이자 노력의 끝판왕이다.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카터’의 주인공 ‘카터’로 분한 배우 주원의 이야기다.

‘카터’는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인간병기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액션물이다. 주원이 연기한 카터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전 세계를 초토화 시킨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완수하는 인물이다.

‘그놈이다’(2015)이후 7년 만에 택한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만큼 주원에게 ‘카터’는 각별했다. 그는 물, 불, 지상, 하늘, 자동차, 헬기를 가리지 않고 온 몸을 내던졌다. 목욕탕 나체 혈투, 전신에 먹을 흩뿌린 듯한 문신 장면을 위해 무려 7Kg을 감량했다.

덕분에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주원의 연기에 대한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카터’는 공개 사흘만에 27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톱10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한국, 미국, 일본 등 총 90개국의 톱10 리스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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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상으로 만난 주원은 “고생해서 찍은 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너무 좋다. 드라마나 영화는 시청률이나 관객 수에 의존하곤 하는데 OTT 작품이 처음이다 보니 새로웠다”며 “호불호를 떠나 누군가는 시도하고 도전해야 할 장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한국작품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전 세계에 K무비를 널리 알렸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의 수위가 높고 주인공 카터 위주의 원테이크 액션이 작품의 뼈대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주원의 출연작 중 대사가 가장 적다. 주원은 “오히려 원테이크 액션이 많다보니 대사가 많으면 관객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2시간 안에 최대한 집중력있게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사 대신 주원이 집중한건 목소리의 변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목소리 변조를 택했다”며 “카터가 복잡한 인물이 아니다. 개인사가 생략되고 아이 구출이라는 미션을 완수한 뒤 자신의 아이까지 구해야 하는 강인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변화와 목소리 변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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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가장 공을 들인 건 강인한 액션신 표현을 위한 신체 변화다. 주원은 “카터가 싸움에 출중한 인물이라 조각같은 몸보다 큰 근육을 만드는 게 좋다고 판단해 지방과 근육량을 함께 늘려나갔다. 또 3~4개월동안 액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원의 노력은 초반 목욕탕 나체 혈투신에서 빛난다. ‘끈팬티’처럼 보이는 얇은 속옷만 걸친 주원이 다른 나체 남성들과 싸우는 첫 장면은 단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맵시있게 착 올라붙은 근육질 몸매와 군살하나 없는 몸매는 주원의 노력의 결실이다.

“군에 입대한 뒤 다른 전우들과 벌거벗고 샤워할 때, ‘아, 내가 입대했구나, 복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터도 그런 기분이었을 것 같다. 벌거벗었다는 건 카터에게 지령을 내리는 목소리를 따라가게끔 하는 힘이다. ‘끈팬티’에 대해 감독님께 여쭤보지 않았지만 아마 카터를 몰아넣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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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액션신으로 승합차 장면을 꼽았다. 승합차 세대를 뛰어넘으며 아찔한 액션을 펼쳐야 한다. 보는 사람마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장면에 대해 주원은 “처음 연습할 때는 차 없이 맞췄다. 막상 승합차 안에 들어가 보니 남자 성인 두 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공간이었다. 카메라까지 들어차니 주먹질하기 비좁은 공간이었다. 하필 촬영 날 비까지 왔다. 또 카터를 상대하는 적들이 다 외국인들이라 몸집이 커서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게 가능할까’라고 고개를 갸웃했던 헬기 신에서 정병길 감독이 직접 헬기를 만들어오자 입이 떡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보통 영화를 찍을 때 그날 촬영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곤 하는데 ‘카터’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날그날 촬영장에 가서 알게 됐다”며 “나를 포함, 우리팀 스태프 모두 ‘이게 되는구나’라는 도전과 성공에 만족감을 느꼈다”고 했다.

어렵게 촬영하다보니 “저 장면은 CG로 만들었네”라는 댓글을 보면 속이 상한단다. 주원은 “CG컷이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실사로 촬영했다. 그런 댓글을 보면 아쉽고 억울하기도 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올해로 데뷔 16년차를 맞았다. 주원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돌이켜보면 쉬운 역은 없었다. 아역으로 데뷔, ‘굿닥터’나 ‘각시탈’처럼 평범한 역할보다 배우로서 해야 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며 “그건 제게 일종의 신념이나 다름없다. 불안감도 있지만 스스로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남자배우의 로망이기도 한 액션연기를 원없이 소화해낸 그의 목표는 ‘한국판 톰 크루즈’다. 주원은 “액션 장르에 있어 불가능에 도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조은별기자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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