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열린 박용택 은퇴식,진짜 박용택은?[포토]
은퇴 2년만에 공식은퇴식을 갖게되는 박용택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에사 좌익수로 출전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뒤에 박용택 별명 중 울보택을 선택한 채은성이 자리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솔직히 말해서 상상이 안 돼요. 다른 팀에 간다고 상상하면…먹먹해져요.”

마치 2014년 11월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던 박용택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시장이 열리기까지 4개월이나 남았으나 프리에이전트(FA)에 대한 질문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앞으로도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간절함이 ‘미스터 LG’ 박용택의 은퇴식을 해피엔딩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친 타구가 가운데 담장을 향했고, 상대 중견수 글러브에서 공이 빠진 것을 확인한 순간, 그랜드 피날레를 향한 커다란 조각을 완성됐다. 지난 1일 잠실에서 LG 1루수 채은성(32)에게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

제2의 ‘꾸준택’이다. 박용택처럼 화려하게 입단하지는 않았으나 박용택처럼 꾸준히 안타를 쏘아 올리고 타점을 기록한다. 박용택이 30대를 눈앞에 두고 잠재력을 터뜨린 것처럼, 채은성 또한 만 28세였던 2018년을 기점으로 클린업이자 클러치 히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어쩌면 다가오는 겨울 박용택처럼 깊은 고민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7회말 2타점 2루타 채은성, 환호성이 절로[포토]
LG 4번타자 채은성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 7회말 2사 2,3루에서 2타점 2루타로 환호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 가시밭길이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호명받지 못했고 대학 진학을 고려했다가 가까스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았고 방출을 피하기 위해 현역으로 입대했다. 전역 후 어떻게든 기회를 얻어보려고 포수 마스크까지 썼다. 열악한 구리 숙소 지하에서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당시 쏟아낸 땀은 몸에 깊게 배어있다. 올해 1루수로 전향한 채은성은 이따금씩 타구를 몸으로 받아냈다. 마치 포수가 블로킹을 하는 것처럼 타구를 가슴으로 받아 떨어뜨린 후 아웃카운트를 만든다. 주위는 물론, 스스로도 1루수 전향을 두고 커다란 물음표를 그렸지만 이제는 1루 미트가 익숙하다.

채은성은 “지금까지 운 좋게 탈없이 흘러가고 있다. 동료들이 워낙 수비를 잘하고 조언도 잘 해준다.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얘기해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잘 하는 게 아니라 믿어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동료들 덕분에 잘 묻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루수 얘기가 나왔을 때 주위에서 연락도 많이 받았다. 곧 FA인데 그냥 외야수를 하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나 또한 1루가 절대 쉽지 않은 자리인 것을 안다. 캠프까지는 이렇게 1루수로 많이 나갈 줄도 몰랐다. 우익수나 지명타자로 나가고 가끔 1루수로 나갈 줄 알았는데 이제는 거의 1루 미트만 챙긴다”고 미소지었다.

화려함은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일단 기본에 충실한다. 채은성은 “1루수는 뚫리지만 않으면 아웃시킬 확률이 생긴다. 이런 부분에서는 예전에 포수했을 때 상각이 나더라. 공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타구가 강하거나 바운드가 어려우면 어떻게든 막아보자고 생각한다”며 “글러브로 멋있게 잡고 더블플레이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는 확률 높은 플레이에 집중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나씩, 조급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어떻게 잘 버티는 것 같다”고 했다.

타격과 수비, 수비와 타격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안타가 호수비로, 호수비가 안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1루수 채은성의 시즌 초반은 반대였다. 1루 포지션에는 순조롭게 적응했지만 타격이 풀리지 않았다. 상승세를 탈 듯하다가 금세 하향곡선을 그렸다. 외부에서는 ‘이천 찬스’를 쓸 타이밍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는데 본인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포토]LG 채은성, 이번엔 적시타로 타점!
LG 채은성이 지난달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와의 경기 7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NC 류진욱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치고 힘차게 베이스 러닝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채은성은 “개막전부터 내야수가 이렇게 힘든 줄 새삼 다시 느꼈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니 경기를 마치면 진이 빠지더라. 그래서 타격이 안 된 건가 싶기도 했다”면서도 “그래도 1루 수비 때문에 타격을 못한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이천에 갔다와서 잘 하는 모습 또한 싫었다. 1군 선수가 매년 2군에 가는 것도 웃긴 일 아닌가. 올해는 꼭 이 징크스를 깨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 후에 정말 많이 쳤다. (유)강남이와 둘이서 실내 훈련장에 들어가 캠프처럼 많이 쳤다”고 슬럼프 극복을 위해 애썼던 순간을 돌아봤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해답은 끊임없은 땀방울이었다. 채은성은 지난달 19일 고척 키움전에서 요키시를 상대로 짜릿한 반환점을 찍었다.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형성된 공을 걷어올려 동점 솔로포를 만들었다. 이날 멀티히트를 시작으로 지난 3일 잠실 롯데전까지 타율 0.455(33타수 15안타) 2홈런 12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내가 봐도 신기한 홈런이었다. 오죽했으면 요키시가 켈리한테 문자까지 했다. 존 아래로 떨어진 공인데 그게 홈런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 당시 에피소드를 전한 채은성은 “사실 전날 밤에 담이 심하게 왔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경기에서 빠지기는 싫었다. 교체를 요청할까 고민도 했는데 팽팽한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다. 신기하게 그 홈런이 나온 후 타격감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타격감이 올라온 것도 좋지만 이천 징크스를 깨는 것 같아 더 좋다. 이천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훈련한 결과가 지금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초반부터 찾아온 고비를 극복했다. LG 또한 6월 내내 위닝시리즈를 이어가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채은성은 “초반에 못 칠 때 팀이 이겨서 다행이었다. 내가 못해도 앞에서 (김)현수형, 뒤에서 (오)지환이가 해결해줬다”며 “올해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선수들 모두 오직 팀이 이기는 것만 신경 쓴다. 누구도 엇나가지 않고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이기면 좋아하고 끝, 져도 아쉽지만 끝이라는 마음으로 매일 한 경기에 집중한다. LG 입단 후 올해 LG가 가장 단단한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LG 구성원 모두 우승이 간절하지만 채은성은 특히 그렇다.

FA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래서 정말 너무 우승하고 싶다. 우승하면 팀도 나도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까”라며 “매일 FA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가끔 이적하는 것을 떠올리는데 솔직히 말해 상상이 안된다. LG가 아닌 다른 팀에 간다고 상상하면…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털어놓았다.

덧붙여 “힘들게 야구하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다. 정말 좋은 동료들, 정말 좋은 지도자분들이 여기에 계신다. 특히 지금 구성원이 정말 좋다.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FA 생각을 하면 결론은 우승이더라. 올해 꼭 우승해서 LG에 남겠다. 프랜차이즈 스타? 그냥 나는 LG 선수로만 끝까지 가도 만족한다”고 오는 11월 최고의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넣었다.

7회말 2타점 2루타 채은성, 환호성이 절로[포토]
LG 4번타자 채은성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 7회말 2사 2,3루에서 2타점 2루타로 환호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지난 3일 잠실구장에 33번을 영원히 남긴 박용택도 그랬다. FA 협상 기간에도 LG에 남는 것만 생각했다. 2014년 11월 우선협상마감일을 앞둔 이틀 동안 밤새 고민했다.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실무자와 새벽 2, 3시까지 협상했고 마감일 저녁 LG 종신을 확정지었다.

FA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런데 우승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정상에 오른 팀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정상 사수다. LG가 목표를 이룬다면, 채은성은 박용택보다 수월하게 종신을 향한 발자국을 찍을 수 있다.

[포토]채은성, 박용택과 역전홈런 세리머니
LG 채은성이 2018년 6월 22일 잠실 롯데전 0-1로 뒤진 4회 타석에서 투런 홈런을 때려낸 뒤 홈을 밟으며 박용택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3승 1패(잠실 NC전:승우취우취 · 잠실 롯데전:승패승).

팀 평균자책점 1.75(1위), 선발 평균자책점 1.64(1위), 불펜 1.93(4위).

팀 타율 0.300(2위), 팀 홈런 1개(공동 9위), 팀 OPS 0.743(4위).

MVP: 채은성 4경기 타율 0.538(13타수 7안타) 4타점 OPS 1.332

그리고 2002~2022 MVP 박용택: 2237경기 타율 0.308 2504안타 213홈런 313도루 1192타점 1259득점 OPS 0.822

\'잘가요^^ 용암택\' 박용택 배번33번 영구결번식[포토]
LG에서만 19년간 선수생활을 하다 2년전 은퇴한 박용택이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과 함께 은퇴식에 참석해 선수생활을 공식적으로 마감했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결번식을 마무리하는 박용택.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7월 5일~7일 대구 삼성전·8일~10일 잠실 두산전

삼성에 시즌 전적 6승 3패 우세.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잠실 3연전 2승 1패 위닝시리즈.

두산에 시즌 전적 5승 4패 우세.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잠실 3연전 2승 1패 위닝시리즈

◆예상 선발 로테이션

5일 대구 삼성전(켈리)~6일 대구 삼성전(이민호)~7일 대구 삼성전(김윤식)~8일 잠실 두산전(플럿코)~9일 잠실 두산전(임찬규)~10일 잠실 두산전(켈리).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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