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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오대영(5-0). 그게 내 별명이었죠? 성공까지 참 힘든 길이었습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지휘한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 기념 오찬’에 참석해 ‘20년 전 그 순간’을 그렸다. 2001년 초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2002년 6월 월드컵 본선까지 1년 6개월간 태극전사와 그야말로 굵은 땀을 흘렸다.
특히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조국 네덜란드를 이끌고 한국에 5-0 패배를 안긴 적이 있다. 적장이던 그가 4년 뒤 한국 A대표팀 최초의 외인 사령탑으로 부임해 신화의 주역이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를 기억하느냐며 한국어로 “오대영”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러더니 “오대영이 내 별명이었다. (한국 사령탑을 맡은 뒤) 프랑스, 체코와 평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한국은 ‘히딩크호’로 갈아탄 뒤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중 프랑스, 체코와 겨뤄 0-5 참패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히딩크 감독을 향해 ‘5-0 감독’이란 말이 나온 적이 있다.
히딩크 감독은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가삼현 전 축구협회 사무총장이 감독직을 제안했을 때를 언급하더니 “한국은 월드컵에서 승리가 없었다. 난 성공을 원한다면 두 가지를 들어달라고 했다. 첫째 모든 선수를 (본선까지) 1년 6개월간 차출해서 훈련하게 해달라는 것, 둘째 예산을 확보해서 전 세계 강호와 겨루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가능한 두 가지 조건을 냈는데 이후 가삼현 총장이 모두 된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K리그 구단은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 차출에 응했고, 대표팀은 합숙하다시피 월드컵을 준비했다. 또 강호와 줄지어 겨루면서 ‘오답노트’를 작성, 완성도를 꾀했다. 히딩크 감독은 “힘겨운 길을 선택했으나 선수 뿐 아니라 정몽준 당시 축구협회 회장, 가삼현 총장, 통역을 해준 전한진 (현 사무총장) 등 관계자가 나를 지지해줬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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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찬에 앞서 한일월드컵 영광의 순간을 담은 영상이 흘렀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안정환의 연장 골든골,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홍명보의 마지막 득점 순간 등 여러 차례 지켜본 장면이나 다시 한 번 장내에 커다란 감동이 느껴졌다. 당시 주장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을 비롯해 송종국, 이영표, 이천수, 김병지 등 4강 태극전사가 한자리에 모였는데, 오찬에 참석한 모든 이가 이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002년이 엊그제 같은 데 벌써 20년이 지났다. 프로리그와 저변을 더 활성화해서 30년 이내엔 한국 축구가 FIFA랭킹 10위 내에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축구 강국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한일월드컵 일원이나, 세상을 떠난 고 유상철과 핌 베어백(네덜란드) 전 감독을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을 대신해 아내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유 전 감독 아내 최희선 씨는 “이 자리에 남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함께 뛰어주시고 새 역사를 이루신 분들을 여기서 봬서 영광”고 말했다. 베어백 감독의 아내 아네카 베어백은 “2002 성과는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꿨다. 남편은 선수를 사랑했고 투지를 존경했다. 모든 분이 (남편과) 내 마음에도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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