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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류중일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에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됐다. 야구 대표팀도 강제로 멈춘다. 류중일(59) 감독의 머리도 복잡해졌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 미안함을 드러냈다. 키움 홍원기(49) 감독이다. 무슨 일일까.
홍 감독은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안게임 연기가 확정됐다. 현장 감독 입장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당초 9월10일부터 2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에 발목이 잡혔다. 안전한 대회를 위해 미루기로 했다. 1년 뒤 열릴 것이 유력해 보인다. 2020 도쿄 올림픽이 그랬다.
야구 대표팀의 계획도 당연히 틀어진다. 이미 예비 엔트리를 정했고, 선수를 추려 6월 최종 엔트리를 제출할 계획이었다. 대회가 없으니 엔트리도 정할 필요가 없다. 긍정적으로 보면 시간을 번 셈이지만, 계획 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마냥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KBO리그 사령탑 입장에서는 반갑다면 반가운 일이다. 이번 대표팀은 만 24세 이하 또는 입단 3년차 이하 선수를 베이스로 하고, 와일드카드 3장을 넣기로 했다. 주축 선수들이 여럿 빠질 것이 예상되는 팀도 있다. 키움도 그런 팀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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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내 최고 타자인 이정후의 차출은 불보듯 뻔했다. 1998년 8월생으로 아직 만 23세다. 어린 나이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참가했다. 여기에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1999년 1월생 김혜성도 있다. 여기에 루키 박찬혁(2003년생), 장재영(2002년생), 이승호(1999년생) 등도 대표팀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정후-김혜성 둘만 빠져도 휘청일 수밖에 없는 키움이다. 팀 내 타자 랭킹 1,2위가 다 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탓이다. 실제로 팀 내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 이정후가 1위(1.49), 김혜성이 2위(0.76)다. 정상적이라면 9월초 소집되어 9월24일까지 대히를 치를 예정이었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9월에 차·포를 떼고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단 2022년은 그럴 일이 없어 보인다.
키움과 홍 감독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쉴 법하다. 한편으로는 대표팀과 류 감독에게 미안함도 든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차출된다면 중심 선수들이 빠지는 것이다. 3주가량 버텨야 한다. 솔직히 (주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빠지지 않는다면 일단 괜찮은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국제대회가 굉장히 중요하다.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했던 선수들도 좌절이 클 것이다. 그래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내 위치가 있고, 류중일 감독님의 위치가 또 있지 않나. 그래도 죄송한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풀 전력으로 오롯이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마음껏 기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표팀 운영이 꼬였는데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칠 수는 없다. 조심스럽게 대표팀에 대한 예의를 갖춘 홍 감독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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