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서울 강남 마지막 금싸리기 땅으로 꼽히던 한국전력 부지의 주인이 됐다.
한전 부지 입찰 경쟁은 입찰 가격은 물론 재계 서열 1~2위간의 경쟁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통 큰’ 금액을 베팅한 현대차그룹이 경쟁의 승자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대대적인 투자와 개발을 통해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
◇재계 1~2위간의 싸움, 현대차가 웃었다
한국전력은 서울 삼성동 부지 입찰 결과, 현대차그룹이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18일 밝혔다. 낙찰 가격은 10조5500억원이다.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이번 입찰에는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등 응찰자 13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를 제외한 응찰자 11곳은 보증금을 안 냈거나 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쓰는 등 자격을 갖추지 못해 무효처리됐다.
현대차그룹은 일찍부터 참여를 공식화하고 한전 부지 확보에 공을 들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꾸려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현대차그룹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공식적인 인수 의지를 내비치는 대신 그룹 내부에서 조용히 입찰 참여를 준비해 왔다. 삼성그룹의 입찰이 확인된 것은 입찰 마감 하루 전인 지난 17일.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전자의 단독 입찰이었다.
1원이라도 더 많은 입찰 가격을 써내는 곳이 낙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현대차그룹이 이번 부지 확보 전쟁의 승리자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복안은 이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까지 한전 부지 확보에 나선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현재 본사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현재 본사로 쓰고 있는 양재동 사옥에 현대차그룹이 입주한 것은 2000년이다. 이른바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 이후 계열 분리가 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급하게 본사로 쓸 건물을 찾았고 농협중앙회로부터 이 건물을 인수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기업 규모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졌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는 30개사, 1만8000명에 이른다. 양재동 사옥에는 이를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는 것은 그룹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서울 뚝섬으로 사옥 이전을 추진했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포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룹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 클러스터 등을 조성해 서울의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벤치마킹 대상은 독일 폭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에 운영하고 있는 ‘아우토슈타트’. 독일 관광청이 독일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로 선정한 ‘아우토슈타트’는 20만명 가까운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250만명의 고객 및 관광객이 방문하는 독일의 대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낙찰자로 선정된 뒤 GBC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 및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는 기우일까?
막대한 낙찰 금액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부지 매입 비용에 개발 비용, 각종 세금 등을 고려할 때 총 최소 15조원 이상이 금액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현대차그룹이 얻을 이익은 이에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 성장의 발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부지 매입 비용은 충분히 그룹 내에서 감내할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부지 매입 비용을 뺀 나머지 투자 비용 등은 30여 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 동안 순차적으로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각 사별로 부담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계열사가 지불하고 있는 임대료,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을 고려할 때는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임홍규기자 hong77@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