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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의 송민규가 24일 클럽하우스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제공 | 전북 현대

[스포츠서울 | 완주=정다워기자] 전북 현대의 송민규(22)는 차분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친정팀과의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전북으로 이적한 송민규는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을 상대한다. 22세 이하 의무 출전 연령대에 해당하는 송민규의 선발 출전은 확실시된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전북 완주군 봉동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이적한 후에도 포항 경기는 다 챙겨봤다. 늘 승리하길 바라고 있다. (김기동) 감독께는 여전히 죄송하다. 전북으로 왔지만 포항을 늘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돼 싸워야 한다. 송민규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경기를 준비한다. 그는 “새로운 기분이다. 전 소속팀이지만 다른 생각은 하지 않겠다. 꼭 이겨야 하는 상대다. 승리를 위해 뛰어야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적 후 아직 골이 없는 송민규는 “공격수라면 골을 넣거나 도움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내 역할이다. 요새 (강)현무형이 ‘핫’한데 그만큼 형에게 슛이 많이 간다는 뜻이다. 골문 앞에서 더 세밀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면 득점에 가까워질 것이다. 현무형을 뚫어야 우리도 승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맹활약으로 K리그 최고 수준 골키퍼로 도약한 강현무를 향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냉정하게 승부에 임하지만 친정을 생각하는 만큼 예의는 갖출 생각이다. “이적하면서 형, 동료에게 연락했다. 다들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 (강)상우형은 ‘OK, 연락하자’ 한 마디를 보냈더라. 나를 비즈니스 관계로 생각한 모양이다. (웃음) 만약 골을 넣어도 절대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 나보다 먼저 포항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일류첸코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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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시절의 송민규.제공 |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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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으로 이적해 경기에 나선 송민규.제공 | 프로축구연맹

아직 전북에 적응하는 단계다. 생애 첫 이적으로 심란했던 송민규는 새 팀에 녹아들고 있다. 그는 “첫 이적인데 순조롭게 진행한 이적이 아니어서 혼란스러웠다. 실감도 안 났다. 많이 어색했다. 운동하는데 ‘이게 맞나?’ 생각도 들었다. 아직 100% 적응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골을 넣으면 100%가 될 것 같다”라며 웃은 뒤 “그래도 감독님, 동료가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신다. 본가(논산)에서 클럽하우스는 30분 정도면 간다. 부모님도 경기를 편하게 보러 오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북은 송민규 영입을 위해 무려 21억 원을 썼다. 최근 K리그에서 보기 드문 금액이다. 송민규는 “팀에 와 환영받는다는 느낌이다.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아직 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분들의 시선이 정확하다. 책임감은 늘 느끼고 있다. 내 이적료가 굉장히 큰돈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많이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송민규는 9월 A매치를 앞두고 축구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깜짝 놀랐다. 기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감회가 새로운 건 지난 7월 올림픽에서 부진 때문이다. 송민규는 야심 차게 도쿄로 향했지만 8강전 멕시코전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그는 “아쉬움이 남는 대회다. 큰 무대에 가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좋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여드리지 못해 후회가 남는다. 차라리 내가 뛰고 지면 나을 텐데 바라보기만 하고, 소리만 치다 팀이 졌다. 더 많이 아쉬웠다”며 A매치에서 활약으로 올림픽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포지션의 ‘캡틴’ 손흥민과도 조우한다. 지난 2차 예선에서 송민규는 손흥민과 호흡했다. 그는 “흥민이 형이 부상 조심하고 팀에 가서 더 잘하라고 얘기해주셨다. 번호는 받았다. 소집 끝나고 안부 문자를 했는데 형도 답해주셨다.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크다. 같은 포지션이지만 경쟁자가 될 수 없다. 더 많이 배우고 싶다”며 손흥민과 만남을 고대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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