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많이 내려놓으니 많은 행운들이 찾아오더라구요."


코미디언 김민경에게 올 한해는 누구보다 특별했다. 코미디TV 예능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석')에서 파생된 유튜브 콘텐츠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이 성공하면서 '근수저' '민경장군'이란 애칭을 얻었고, 여성들의 생존을 주제로 하는 tvN 예능 '나는 살아있다'부터 여성 야구팀을 구성하는 MBC 디지털 예능 '마녀들'까지 연달아 출연,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코미디언을 꿈꾸기 시작해 전성기를 맞기까지 꼬박 19년이 걸렸다. '대세 코미디언'이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행보지만, 인터뷰 내내 김민경은 "과분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직은 이같은 인기에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도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다. 상상도 해본 적 없을만큼 큰 사랑이라 더 이상 욕심은 부리면 안되는 거 같다. 지금 사랑을 유지하는게 제 욕심이라면 욕심이다"라고 책임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힘겹게 거머쥔 공채 타이틀에도 여성 코미디언으로서 방송 생활을 하기에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 '맛녀석' 이전까지 고정출연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코미디 무대에 설 기회도 점차 줄어들었다. 올해로 마흔이 된 김민경은 2001년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이 이끄는 극단 '코미디 시장'의 단원이 되면서 고향 대구를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하던 때를 떠올렸다. 김민경은 "21살에 서울에 올라와 마흔에 드디어 제 이름을 알렸다. 전 아무것도 없었다. 돈이 하나도 없어서 마트 시식 코너에 가서 끼니를 떼운 적도 있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회상했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니 기회는 찾아왔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기에 가능한 전성기였다. "느려도 점차 나의 길이 만들어지더라. 그 시간들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돌아오긴 했지만 돌아오면서 얻은 것들과 얻은 사람들이 많다. 빨리 오게 되면 보지 못하고 놓치는게 많다는걸 와보니까 알겠더라. 조금 돌아온다고 해서 내 인생이 바뀌는게 아니라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하면서 '푸드파이터'라는 기존의 이미지보다 '운동천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얻었고, 대중은 그런 김민경을 응원했다. "내 삶에서 운동이란 수식어가 붙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너스레를 떤 김민경은 '운동뚱'을 하기 전과 후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김민경이 여러 스포츠에 도전하는 모습은 스포츠 도전에 망설였던 많은 이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어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김민경이다. "필라테스를 할 당시 정말 많은 댓글과 DM을 받았다. '언니로 인해 저도 용기냈어요', '지금도 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스스로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부끄럽고 자신감이 없어서 기피하던 운동을 나로 인해 누군가가 하고, 했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다. 선한 영향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제가 그런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행복하면서도 더 착하게 살려고 하게 되는 거 같다."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살아있다'에선 재난 탈출 훈련 및 생존 팁을 전수받고 독자 생존에 도전하고 있고, '마녀들'에 출연하면서 사회인 야구 경기에 나선다. 김민경에게 '나는 살아있다'는 '운동뚱'보다 더 큰 도전이었다고.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재난이란 상황을 상상하며 임했다. 좋은 취지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견뎠다. 모든 촬영을 마친 시점에서 되돌아보니,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나름대로 힘들게 살아온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정말 편하게 살았구나 반성했고 앞으로도 못할 일이 없을 거 같다. "



함께한 출연진들에 대한 고마움 가득한 마음도 전했다. 김민경은 "모두 강한 사람들이고 스스로 포기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내가 제일 나약했다. 이시영과 개그코드가 잘 맞았고 (김)성령 언니에게 많이 의지했다. 우기가 막내였는데도 다들 저한테 '할 수 있어', '우리가 옆에 있잖아'라고 늘 챙겨줬다. 그들로 인해 큰 의지를 얻었다"며 "제가 공포증이 많다. 모든 훈련들이 저한테는 다 제약이 많았다. 물 공포도 심했고,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도 있었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함께였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출연하고 싶으냐고 묻자 "농담 식으로 감독님께서 '시즌2 하면 같이 해야지'라고 하신다. 그러면 저는 '안녕히계세요'라고 맞받아쳤다"며 크게 웃은 김민경은 "저보다 운동신경이 좋은 오나미를 추천드리고 싶다. 이 친구도 저처럼 마음이 약하다. 훈련을 받으면서 더 강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김민경은 대세 스타들만 한다는 화장품 광고부터 패션화보까지 섭렵했다. 이를 언급하니 쑥스러운 듯 웃은 김민경은 "많은 분들이 '이런 모습도 있었어?'라고 놀라시더라. 패션잡지에서도 화보 제의가 와서 '나한테?'라고 저도 되물었다"며 "그동안은 자신감이 없으니 나를 감추려고만 했던 거 같다. 원래 피부와 눈에 콤플렉스 있어서 화장도 짙게 하고 숨기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이게 그냥 내 모습이구나'라고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니 오히려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민경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저보다 제 주위 사람들이 더 조급해 한다"고 웃으며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 아닌거 같다. 결혼할 때가 됐다고 해서 결혼할 상대를 찾고 싶진 않았다. 저는 사랑을 믿는다. 걱정은 있지만, 그렇다고 굳이 타인의 기준에 맞춰가고 싶진 않다. 이왕 기다린 거 좀 더 기다리면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JDB엔터테인먼트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