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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K리그1의 촘촘한 순위 경쟁을 바라보는 축구인의 시선은 대체로 곱지 않다. 보는 팬 입장에서는 흥미만점이겠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리그 경쟁력 쇠퇴로도 풀이되기 때문이다.
올시즌 K리그1은 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를 2라운드 로빈(22경기)으로 치르고 파이널라운드(5경기)를 더해 총 27경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팀당 19경기를 마친 가운데 1~2위 울산(승점 46), 전북(승점 41)이 확실한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나머지 팀은 승점 차가 크지 않다. 특히 5위 대구(승점 26)부터 10위 부산(승점 20)까지 승점 차가 6에 불과하다. 그리고 6~10위에 매겨진 강원, 광주, 성남, 서울은 나란히 승점 21 타이를 기록, 한마디로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강등권으로 밀려난 11위 수원(승점 17)과 최하위 인천(승점 14)과 격차도 큰 편이 아니어서 매 경기 결승전을 방불케 한다.
유례없는 초박빙 경쟁을 바라보는 축구인들은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A감독은 “물론 시즌이 축소돼서 2라운드 들어 모든 팀이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격차가 크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하향 평준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B감독도 “울산과 전북을 제외하면 대다수 구단은 모기업이 지갑을 닫았다. 최근 5년 사이 급격하게 투자가 줄면서 전체적인 선수 경쟁력이 떨어졌다. 팀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C구단 감독은 “현재 6위 싸움하는 팀 중 국내 선수로만 봤을 때 서울과 강원은 그래도 대표급 선수가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런데 해결사 구실을 해줄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고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D구단 감독은 “A급 외국인 공격수를 이웃나라인 중국, 일본에서 거액을 내놓으며 싹쓸이한 건 이미 오랜 일이 됐다. 여기에 아이러나하게 국내 2부 팀이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1부에서 쓸만한 자원을 데려가고 있다. 당연히 1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리그의 참된 모델은 투자 규모가 큰 빅클럽이 성적은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중위권 팀이 빅클럽을 모델로 발전적 비전을 수립하고 도전자로 따른다. 하위권 팀은 정체성에 맞게 목표치를 둔다. 하지만 K리그는 투자 위축과 더불어 이런 개념이 무너지고 하향 평준화로 흐르고 있다. 그리고 결과로 보이면서 축구인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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