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6회를 끝내 다행이었다.”

에이스는 관대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은 동료들의 실수로 실점한 것에 “아쉬웠다”면서도 “한 점 뒤지고 있을 때 귀중한 역전 홈런으로 경기를 끝내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소리질렀다”고 말했다. 어이없는 기록원 판단으로 평균자책점이 높아진 것은 “구단이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며 정정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살렌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실점했다. 6회에만 31개를 던지며 악전고투했지만 불펜 방화로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토론토는 3-4로 뒤진 연장 10회말 렌달 그리척의 역전 끝내기 2점 홈런으로 기사회생했다.

이날 호투로 8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했지만, 더 낮아질 가능성이 열렸다. 6회초 실점상황이 기록원의 상식 이하의 판단으로 자책점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투수코치와 프런트가 잘해줄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이의신청 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상황은 이랬다.

2사 만루에서 라이언 마운트캐슬을 상대한 류현진은 3루 땅볼을 유도했다. 트래비스 쇼가 포핸드로 걷어 올려 1루에 던진 게 원바운드 됐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당연하다는 듯 뒤로 빠뜨렸다. 이사이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다. 최초 판정은 실책으로 기록 돼 류현진의 비자책 실점으로 정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6회말 토론토가 공격하던 도중 안타로 정정됐고, 쇼의 송구 실책도 사라졌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3점대(3.16)에 머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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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이 29일(한국시간) 살렌필드에서 열린 볼티모어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버팔로(미 뉴욕주) | AFP연합뉴스

류현진은 “2점 앞선 상황에 가장 좋은 건 삼진을 잡아내는 것이다. 내야 땅볼이나 플라이 등으로 1점만 주는 건 차선”이라며 “그래서 타자들과 어렵게 승부했다”고 설명했다. 1사 2, 3루에서 상대 4번타자 누네즈에게 커브 3개를 잇따라 던져 볼넷을 내보낸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으로 공 하나하나를 던져, 2사 만루까지 끌고 갔고, 마침내 마운트캐슬을 3루땅볼로 유도했을 때, 무실점으로 이닝이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어이없는 실책으로 순식간에 2점을 잃자 류현진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평소 그답지 않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는 “2아웃까지 잘 잡은 상황에서 땅볼을 유도했는데 실점해 아쉬웠다. 하늘을 쳐다보고 다음 타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볼티모어에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6회를 끝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날로 정규시즌 경기 수의 딱 절반(30경기)을 소화한 류현진은 “공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투구수도 100개까지는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선발로 나서는 날은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던지는게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척의 끝내기 홈런은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보고 같이 소리 질렀다. 2아웃이었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극적인 홈런이라 내일 경기까지도 영향을 주는 소중한 홈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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