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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송민규, 한교원, 강상우.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스트라이커보다 윙어가 주목받는 시대다.

올시즌 K리그1 득점 순위를 보면 국산 골잡이들의 이름을 보기가 어렵다. 상위 10인에 이름을 올린 강상우(상주 상무)와 한교원(전북 현대 이상 7골)과 고무열(강원FC),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이상 6골) 등 국내 선수들은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니오(울산 현대 20골)와 일류첸코(포항 10골) 등 상위권에 원톱 외국인 공격수들이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5골), 이동국(전북), 오세훈(상주 이상 4골) 등은 10위밖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이동국의 페이스가 좋았지만 부상으로 득점 레이스를 멈춘 상태다.

대신 득점력을 갖춘 윙어들이 골을 책임지는 모습이다. 상주에서 윙어로 변신해 강력한 공격 본능을 뽐내는 강상우와 전북 에이스로 거듭난 한교원, 포항의 신예 송민규 등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득점에 가담하는 스타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무열의 경우 강원 축구 특성상 최전방과 측면, 2선을 다양하게 오가며 골을 만들어내고 있다. 2부리그 사정도 비슷하다. 득점 1위 안병준(수원FC 15골)은 국내 선수가 아니고 공민현(제주 유나이티드 7골)은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는 멀티플레이어다. 백성동(경남FC 6골)은 발 빠른 윙어로 주로 측면에서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1,2부리그를 가리지 않고 정통파 골잡이가 K리그에서 득점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윙어들의 약진은 현대축구 스타일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엔 윙어가 측면에서 돌파한 후 어시스트에 주력하는 일에 몰두했다. 다소 직선적인 성향이 강했다. 최근에는 윙어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스트라이커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축구가 힘을 얻고 있다. 전술이 과거에 비해 세밀화 된 K리그에서도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스트라이커 못지 않게 공격, 득점에 가담하는 전술이 주를 이룬다. 주니오를 제외하면 압도적인 결정력을 과시하는 스트라이가 없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비했던 스트라이커 출신의 김도훈 울산 감독은 “제가 뛰던 시절엔 전술이 상대적으로 단조로웠다. 공을 스트라이커에 집중시키고 윙어들은 크로스를 올리는 기능을 했다. 최근에는 크로스를 사이드백들이 더 많이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윙어들은 파이널서드, 혹은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게 한다. 오른발잡이가 왼쪽에 서고 왼발잡이가 오른쪽에 서 안으로 들어가는 작전도 많이 쓴다. 전술적으로 여러 명이 득점에 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황의조(지롱댕 보르도)와 김신욱(상하이 선화)등 K리그에서 무게감을 발휘하던 스트라이커들이 해외로 나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이동국, 정조국, 박주영으로 이어지는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선수들이었지만 K리그 소속이 아니다. 이들이 떠난 지난해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득점 톱10에 들어간 국내 선수는 김보경(13골)과 박용지(12골), 윤일록(11골) 등으로 하나 같이 스트라이커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해외로 나간 상황에서 대부분의 팀에서 외국인 선수를 스트라이커로 쓰고 있다. 당장의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인데 어리고 좋은 국내 선수들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형 스트라이커가 국내에서도 더 나오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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