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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실패는 실천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했던가. 올 시즌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이 말에 어우러지는 사령탑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리그 최종전에서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내줘 고개를 떨어뜨린 그는 올 시즌 겉으로 드러난 지표 외에도 지도자로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안타까운 준우승만큼이나 상처가 된 건 “감독이 약점”이라고 꼬집는 일부 팬의 비판이었다. 화려한 스쿼드에도 승부처에서 소극적인 전술, 때론 벤치에서 감정 제어를 하지 못해 불필요한 징계를 받는 일에 휘말린 것을 두고 나온 얘기다. 올 시즌에도 오름세를 타다가 전북 현대와 9라운드 라이벌전에서 너무나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으로 0-2로 패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전북전 패배는 김 감독이 ‘현재 울산’을 짊어지고 가야 할 방향을 느끼게 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스타 선수 영입으로 결과에 부담을 떠안았던 그는 더는 움츠리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전북 못지않은 공격력으로 주목받은 대구FC, 상주 상무를 상대로 ‘닥공’을 통해 각각 3-1, 5-1 대승하는 등 전북전 패배 이후 6경기 연속 무패(5승1무) 가도를 달렸다. 득점 선두 주니오(18골), 도움 선두 김인성(6개) 등 공격 자원 활약이 빛났지만, 이 기간 김 감독의 공격적인 용병술도 두드러졌다. 후반 교체 투입된 자원이 2골 3도움을 해내며 5골에 이바지했다.
비록 연승 행진은 끊겼지만 9일 수원 삼성과 홈경기(0-0 무)는 전술·지략을 떠나 김 감독의 냉철해진 가슴까지 확인한 장이었다. 울산은 이날 K리그 유관중 전환 이후 처음으로 홈 팬 앞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전까지 경기당 2.4골(14경기 34골)을 몰아치며 최강 화력을 뽐낸 울산은 홈 팬 앞에서 화끈한 골 잔치를 그렸다. 하지만 90분 동안 17개 슛을 시도하고도 상대 수문장 양형모의 슈퍼세이브 등에 막히면서 두 번째 무득점 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은 후반 종반까지 득점이 터지지 않자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후반 38분 주니오의 문전 볼 경합 상황에서 울산 선수들은 수원 수비수 조성진의 핸드볼을 주장했다. 그러나 김희곤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엔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했다. 경기 종료 직후 울산 선수들은 심판진을 둘러싸고 강하게 항의했다. 경기를 뛰지 않은 정승현까지 달려가 불만을 보였다가 경고를 받았다. 김희곤 주심을 비롯해 심판진까지 얼굴을 붉히면서 큰 충돌로 이어질 뻔했다. 이때 김 감독이 다급하게 그라운드로 달려가 선수들을 제지, 라커룸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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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경기 직후 “감정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판정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자연스럽게 1년 전 ‘그날’이 떠올려진다. 지난해 8월 대구전에서 김 감독은 주심의 페널티킥 선언에 삿대질하고 시계를 푸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가 퇴장했고, K리그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3경기 벤치를 지키지 못했다. 우승 경쟁하는 팀의 수장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김 감독도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반성하고 잊고 싶은 기억이다. 쓰라린 경험은 보약이 됐다. 그라운드 분위기상 코치진도 덩달아 화낼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날 김 감독은 냉철하게 대처, 한결 성숙해진 ‘빅클럽 수장’의 품격을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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