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꿈을 꾸고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포기란 없었다. 꾸준히 노력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제대로 즐길 줄 안다고 해야할까.

배우 정진영(56)이 그랬다. 17살 부터 가슴 한 켠에 간직해온 꿈을 40여 년 만에 이뤄냈다. 무대와 안방극장 그리고 스크린을 오가며 누구보다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고있는 배우이자 가장인 그가 ‘감독’으로 세상 밖에 나왔다. 바로 첫 연출작 ‘사라진 시간’을 선보인 것. 영화는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정진영 감독은 “이창동 감독님의 연출부를 한 적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을 배우로 살았다. ‘능력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면서 “작품을 하나 끝낸 4~5년 전 쯤 우리 애가 고3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가장으로 살기는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더라. 20여 년 동안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크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예술가로 살고 싶었는데, ‘내가 잘 살고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작은 영화들을 해보자는 생각에 홍상수, 장률 감독 님의 작품을 했고, 시나리오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습적인 게 아닌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고민 끝에 이런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정진영은 바로 ‘사라진 시간’을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작은 영화사를 하나 만들었다. 배우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1초의 고민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나리오에 수정 할 부분이 있을까?”라는 말에 조진웅은 “왜 고쳐요? 나 나오는건 토시도 고치지 마요!”라는 한 마디가 신인 감독 정진영에게 큰 힘이 됐다.

저금해 둔 돈으로 아주 작게 시작하려던 영화는 예상보다 일이 커졌다. 많은 배우들이 출연의사를 밝혔고, 투자사가 생겼다. 그는 예상치 못했다고 하지만, 배우 정진영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하나의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까지 40여년 이라는 시간과 함께 그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그를 가장 응원해주는 가족은 이 영화의 원동력이었다.

정진영 감독은 “어느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다 좋다’고 해주고, 조진웅 까지 출연을 한 다고 하니 유명 감독님에게 이 작품을 드릴까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그 고민을 와이프한테 얘기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정진영의 아내는 ‘당신이 하고 싶어서 한거니까 이번에 안하면 평생 후회할 거다’라는 말로 그에게 용기를 줬던 것. 정 감독은 “필연적으로 제가 연출을 할 이유는 없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 안해봤으면 후회했을 것”이라는 말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라진 시간’이 세상밖에 나온 날, 가장 많이 기뻐하고 축하해 준 사람은 바로 아내와 아들, 가족이었다.

정진영 감독의 차기작 또한 궁금했다. 그는 “없어요. 한 번은 자기가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해도 된다. 두 번을 한 다면 그건 욕심이다. 다음은 다른 이유가 있어야 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정진영1

마지막으로 정진영 감독은 스포츠서울 창간 35주년을 함께 축하하는 사진을 찍은 뒤 관객들에게 한 마디를 건냈다.

“35년간 우리나라 대중예술과 체육진흥에 힘써온 스포츠서울의 창간 기념일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대중문화예술의 소개와 창의적인 문화예술의 탄생을 자극하는 훌륭한 대중문화예술 정론지로 더욱 꿋꿋이 나아가시길 빕니다. 또 하나! 조금 이상하고 재미있는 얘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잘 봐주세요! 힘든 코로나 시국에 즐겁게 바주시길 바랍니다.”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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