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고창군 선정 농가 “2년째 스마트팜 설치도 안 돼”스마트팜 안되는데 인터넷 회선비용만 수백만 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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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대기업 KT가 정부 사업으로 노지채소 스마트팜 사업을 진행하면서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제대로 설치는 하지 않은 채 사업 농가로부터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인터넷 비용만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농가는 “대기업 KT가 하다하다 농민 등골을 빼먹는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KT는 지난 2018년 10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이 주관하는 노지채소 스마트팜 모델 개발사업의 위탁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KT는 그 해 연말까지 전국 59개 농가에 무, 배추, 양파, 고추 등 4대 노지 채소를 재배하는 스마트팜을 구축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노지채소는 지붕이나 덮개로 가리지 않은 땅에서 재배하는 일반적으로 ‘밭농사’라고 부르는 작물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스마트팜은 주로 시설원예를 중심으로 도입돼 왔기 때문에 당시 획기적인 사업으로 조명받았다.

이 사업은 강원 태백·전남 해남(배추), 경북 안동(고추), 전북 고창(무), 전남 무안(양파) 등 5개 지역의 59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전북 고창군의 경우 KT가 2018년 연말까지 구축하겠다던 스마트팜 설비가 2년 가까이 설치가 마무리되지 않은채 방치돼 있었다. 그러면서도 KT는 스마트팜을 사용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이 지역 농가들에게 인터넷 비용은 꼬박꼬박 받아 챙겼다.

◇ 대기업 KT 믿었는데 2년 째 지지부진

전북 고창군에서 스마트팜 모델개발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농가는 총 7개 농가(중복필지 포함)다. 이들은 2018년 사업자 선정 당시 KT가 대기업이기 때문에 믿고 신청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대기업 KT에 대한 믿음이 지금은 분노가 됐다. 2년 가까이 지났지만 KT가 하청업체에 설치를 일임한 채 스마트팜 완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작목반 대표 정 모(51)씨는 “2018년 8월부터 스마트팜을 준비했다. 2018년 완공 약속이 지난해 9월로 바뀌었고 또 다시 지난 3월로 미뤄졌는데 아직까지도 완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또 다른 하청업체에서 다음 주쯤 완공해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이미 올해 농사는 다 지었으니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왜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다들 농사짓고 바쁘다보니 누구 하나 나서지 못 했다. 또 지난해 KT에서 하청을 준 업체 대표에게 변고가 생기면서 도의적으로 참고 기다리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지채소 스마트팜 사업은 농정원 주관의 국책사업이니 농정원에서 직접 시설관리나 점검을 했을 법도 싶었다. 그러나 또 다른 농민 김 모(48)씨는 “농정원에선 확인도 안 했다. 아마 스마트팜이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전봇대 무료 설치라더니…

전북 고창 7개 농가는 노지채소 스마트팜을 사용도 못하는데 KT에 매월 인터넷 비용은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KT는 이들 농가에 전봇대 설치비용을 대신해 인터넷 회선을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9개까지 가입하도록 해 이익을 챙겼다. 스마트팜에 있어 인터넷은 필수다. 밭까지 인터넷 케이블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봇대(전주)를 세워야 한다. 농민들은 “본래 이 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정부 예산이 있기 때문에 전봇대 설치비용은 모두 KT에서 부담키로 했다. 그런데 KT 직원이 나와서 전봇대 비용을 요구하더라”고 말했다. 김 씨는 “KT가 전봇대를 무료로 설치해 준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한 KT 직원이 전봇대 비용을 다 지불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래도 어차피 농가는 스마트팜 사업을 통해 농사를 지어야 하니 그런 줄 알고 그냥 돈을 냈다. 2018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년간은 인터넷 3개 회선비용을 냈는데 그 중 1개는 실제 사용하는 인터넷이고 나머지 2개는 전봇대 비용 대신이다. 지금은 1개 회선비용만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농지 면적이 작다보니 그나마 피해가 적다고 했다. 그는 “내 친구는 밭 면적이 넓어서 9개의 인터넷 회선비용을 1년간 납부했다. 나는 그나마 피해가 적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김 씨가 KT에 1년간 납부한 3개 회선의 인터넷 납부 금액을 보니 약 100만원에 달했다. 김 씨보다 3배 많은 9개 인터넷 비용을 납부한 김 씨의 친구는 1년간 약 300만원을 지불한 셈이다. 전북 고창지역 7개 농가가 지불한 금액을 모두 더하면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밭에 물을 공급하는 관로와 스프링클러도 농가에서 직접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당시 KT 하청업체에서 직접 설치를 하면 인건비를 주겠다고 해서 각 농가가 직접 인부를 구해 설치했다. KT에서 총괄 팀장이 이 비용을 지급해 주겠다고 했는데 이후에 현금지급은 안 되고 농약 값을 지원해주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결국 이 농약 값마저도 주지 않았다. 대기업이 농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 인터넷 정지 요청에 KT 직원 “그건 농가 사정일 뿐”

지지부진한 노지채소 스마트팜 사업에 더해 인터넷 비용을 수백만 원씩 부담하면서 농가의 근심만 늘어가는 상황 속에서 KT 직원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뿔난 농심(農心)을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우롱하듯 “그건 농가 사정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처해 논란을 키웠다.

스마트팜은 사용도 못한 채 인터넷 비용만 지불하던 농민 김 씨는 억울한 마음에 인터넷을 정지하려고 KT 콜센터(100번)에 연락했다. 김 씨는 “100번에 전화해 스마트팜 때문에 인터넷 설치를 한 것인데 스마트팜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정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1등 기업이 이래서 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런데 콜센터 여직원이 막 웃으면서 ‘그건 농가사정이지 우리 사정이 아니다’라면서 정지를 해주지도 않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여직원에게 지금까지 대화한 내용을 녹취했으니 본사에 얘기하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3개월 밖에 정지가 안된다’며 바로 정지시켜줬다. 사용하지도 않는 장비 때문에 불필요한 돈이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정지신청을 했는데 그것을 두고 웃는게 말이나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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