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
2020시즌 울산 현대 캡틴 신진호. 사진은 지난해 4월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당시 모습.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그저 주장 완장만 차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나부터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베테랑 미드필더 신진호(32·울산 현대)는 2020시즌 K리그1 12개 구단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뛰는 선수 중 유독 무거운 책임을 떠안았다. 지난해 전북 현대에 뼈아픈 역전 우승을 내준 울산이 작심한 듯 ‘영혼까지 끌어모아’ 전, 현직 국가대표 선수를 주요 포지션에 수혈했다. 한층 더 막강한 스쿼드를 꾸린 울산으로서는 15년 만에 K리그 우승 재도전과 더불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FA컵 등 주요 대회에서 확실하게 결실을 보아야만 장기 비전을 꾸릴 수 있다. 또 한 번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지면 거센 후폭풍에 몰릴 수 있는 만큼 김도훈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의 동기부여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화려한 스쿼드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조화가 핵심. 조화의 근본은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팀 워크다. 그리고 팀 워크를 다잡는 데 가교 구실을 하는 게 주장이다. 2011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프로 10년 차다. 2013년 ‘포항 더블’ 주역으로 뛴 그는 2014년 카타르 리그에서 임대 생활을 한 뒤 2015년 포항으로 복귀했고 이후 FC서울(2016~2018·상무 복무 포함)을 거쳐 지난해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 통산 167경기(11골29도움)를 뛴 베테랑이나, 올 시즌처럼 화려한 스쿼드를 지닌 팀에서 주장 완장을 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신진호는 7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색깔이 분명하고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모여 확실히 훈련부터 자체 평가전까지 질 높게 만들어간 것 같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두 달이나 미뤄졌지만 서로 즐겁게 발을 맞춰 의외로 시간이 빨리 흐른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시절 ‘원 팀’의 기운을 몸소 체험한 그는 올해 울산도 지향해야 할 화두임을 언급했다. 특급 스타가 많은 만큼 선수 간의 개성도 뚜렷하다. 신진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소통에 애쓰고 있다. 그렇다고 홀로 모든 것을 떠안는 건 아니다. 그는 “어린 선수와 소통할 때 쓴소리를 잘 못 한다. 오히려 팀에서 오래 뛴 (김)태환이가 어린 선수에게 강하게 쓴소리할 땐 하고 거리감 없이 어울릴 때 잘 어울리더라. 나였으면 마음 상했을 법한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간간이 도움을 받는다”고 웃었다. 또 “청용이처럼 유럽에서 오랜 경험을 한 선수는 기량 뿐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도 자기 관리가 남다르더라. 나부터 배울 점이 많았고 그런 모습이 후배에게도 스며들어 팀에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호는 올해 울산 축구에 대해 기존 빠른 역습과 더불어 공간 지배력을 새로운 색깔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에도 김인성, 황일수 등 발 빠른 자원을 통한 효율적인 역습이 주된 색깔이었는데 올해 볼을 지키고 소유하는 면을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빛가람이나 이청용, 고명진 등 (나와 2선에서 뛰는) 동료 선수와도 전술적으로 많은 대화를 하고 있고 두 달 사이 조직적으로 많이 끌어올렸다고 본다”고 확신했다.

신진호는 주장으로 그저 완장만 달고 뛰는 게 아니라 자신부터 그라운드에서 존재 가치를 드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 목표로 나아가는 데 공격포인트든, 다른 요소든 플러스가 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스스로 A대표팀에도 승선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끝으로 성적 외에 개인적인 바람을 묻자 “음 올해 장가를 가야 하는데…”라고 씩 웃었다. 신진호는 이청용, 윤빛가람 등 ‘유부남’ 동료가 평소 가정적으로 지내는 모습을 보면 그저 부럽단다. 2020년은 지난해 준우승 아쉬움을 뒤로 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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