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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제공 | 롯데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이대호(38·롯데)가 몸값다운 활약을 준비한다.

KBO가 발표한 2020년 리그 연봉 1위는 이대호다. 25억원으로 억대 연봉자 161명 중에서도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2017년 롯데는 일본과 미국을 거쳐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대호를 ‘4년 150억원’이라는 사상 최고액으로 대우했다. 이후 양현종(KIA), 양의지(NC) 등 프리에이전트(FA)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선수들이 나오는 와중에도 매해 ‘연봉킹’은 이대호였다. 그러나 영광의 타이틀 이면에 견뎌야 하는 왕관의 무게가 있었다. 지난해 롯데가 꼴찌(48승3무93패)로 처지는 과정에서 이대호는 팀 부진의 최대 원흉으로 지목됐다. 시즌 타율 0.284 16홈런 88타점으로 각종 개인 연속기록도 끊기는 등 체급에 어울리지 않은 성적표를 낸 것도 사실이었다.

올해 ‘반등’을 이야기하는 이대호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결연하다.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시즌 대비에 나서며 1월 한 달 사이판에서 동료들과 개인훈련을 했다. 2월 스프링캠프 출국 시점에서는 이미 15㎏에 달하는 체중을 감량한 상황이었다. “지난해에 부족했던 것 같아서 사이판에서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던 이대호는 “성적이 안 나왔던 건 내 책임이다. 팬들이 많이 실망했을텐데 이젠 팀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힘줘 말했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진행되는 캠프에서도 이대호의 변신은 눈에 띈다. 숙소에서 야구장까지 도보로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를 운동 삼아 걸어 다니고, 지명타자에 전념하며 잠시 놓았던 1루수 미트까지 다시 꺼내 들었다. 내·외야 전반에 걸쳐 한 포지션에 적어도 2명의 선수가 경쟁하는 ‘플래툰 시스템’을 운용하겠다는 롯데 허문회 신임 감독의 구상에 발맞춘 변화다. 이대호는 “후배들하고 붙어서 나도 경쟁해야 한다. 성적이 나야 야구를 할 수 있으니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1루 복귀를 자신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 1루에 입성하는 전준우에게도 기꺼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선의의 경쟁 중이다.

최고액 연봉자의 책임감은 야구장 밖에서도 드러난다. 1월 사이판 개인훈련은 자신이 경비를 대부분 부담해 후배를 대동했다. 라커룸에서는 이적생이자 비시즌 전력보강의 핵심인 안치홍의 빠른 적응을 돕고 있고, 캠프 휴식일에는 젊은 선수들을 모아 돌아가면서 외식을 시키고 있다. 이대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롯데와의 계약이 끝나는 상황, “내 계약을 생각하고 야구한 적 없다. 주장 민병헌을 도와 최선참으로서 끈끈한 팀을 만들겠다”는 각오는 변함이 없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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