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의 산업화를 위해 의미 있는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2018년 신한은행과 3년 240억원에 네이밍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이동통신 포털사이트 컨소시엄과 5년 1100억원 규모의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올해 지상파3사에 케이블스포츠채널과 IPTV를 포함한 통칭 TV중계권을 4년 2160억원에 팔았다. 3년간 3500억원짜리 계약을 맺은 셈이다. 올해 KBO가 굵직한 계약만으로 벌어들이는 돈만 840억원 수준이다. 프로야구 경기만으로 1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했으니 산업화를 위한 시드머니는 마련됐다. 스포츠서울은 KBO리그 산업화에 가장 오랜기간 다양한 제언을 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수 차례에 걸쳐 청사진과 과제 등을 냉철하게 짚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포토]
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 전경.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연평균 1000억원짜리 시장은 한국 경제 전체에서 보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핵심 브랜드인 비비고 중에서도 죽 단일 상품만으로 연매출 1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1000억원대 시장을 개척한 것이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달리 보면 KBO리그가 여전히 투자할만 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리그 타이틀 스폰서가 연간 80억원, 이동통신 포털 컨소시엄이 연평균 220억원, 지상파 3사가 연평균 54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투자대비 수익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다. 아무리 프로스포츠가 국민 여가생활 함양 차원인 사회적 공기 기능을 한다더라도 산업체가 투자할 때에는 이익을 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프로야구 2009 플레이오프 두산-SK
외야 중계석의 많은 카메라들. (스포츠서울DB)

KBO의 역할은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내는 일이다. KBO 이사회(사장회의)가 지난달 프리에이전트(FA) 등급제(2020시즌 후)와 샐러리캡(2023년부터)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크게 보면 선수 순환 구조를 확대해 리그 흥행을 재점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경기력 향상이 동반되지 않으면 리그 흥행이 어렵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SS포토] 흥행 성공한 플레이오프, PO 5경기 연속 매진!
야구 팬들이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구단 운영비 절감과 리그 수익 증가는 투자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KBO가 추진 중인 통합마케팅도 같은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야구팬)가 쉽고 편하게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사람이 모인다. 관람권 한 장 구매하려면 각기 다른 사이트를 수 차례 방문해야 하고, 서로 응원하는 팀이 다른 가족단위 팬들이 굿즈 구매를 위해 여러번 결제를 해야 한다면 소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모여야 돈이 돌고, 이 안에서 긍정적인 소문이 퍼져야 지속가능한 산업 모델로 정착할 수 있다. 1, 2년만에 이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SS포토] 한화 이글스의 화끈한 팬사랑! 52만 불꽃의 날!
한화 이글스 임직원들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홈 경기를 앞두고 야구장으로 입장하는 홈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dica@sportsseoul.com

구단도 적극성을 띄어야 한다. 시급한 것은 그룹 계열사 문화에서 탈피하는 일이다. 돈 버는 계열사가 아니라, 기업 홍보 목적의 돈 쓰는 곳이 스포츠단이라 그룹 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팀 명이 아닌 기업 명을 앞에 내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모기업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투자로 바뀔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아자동차가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메인스폰서로 참가하는 것을 두고 ‘테니스를 지원한다’고 보지 않는다. 야구단 운영 자금도 지원이 아닌 투자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문 경영인 시대가 돼야 가능한 일이다.

[SS포토] LG팬, 몇년 만에 입어보는 유광점퍼인가?
가을야구를 보게 된 LG팬들이 유광점퍼를 입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KBO는 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계속 추앙받길 원한다. 모그룹의 지원에 의존하는 구단은 굳이 어려운 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KBO와 구단의 이념이 상충되니 중지를 쉽게 모으기 어려운 구조다. KBO의 설득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물론 한정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뻗어나갈 준비도 동시에 해야 한다. 힘 겹게 첫 발을 내디뎠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인내와 혜안이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