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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을 연고로 하는 이랜드 프로축구단(가칭)이 초대 사령탑으로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이끈 마틴 레니를 17일 선임한 배경으로는 ‘이영표 훈수’도 작용했지만 구단과 사전 교감이 잘 이뤄진 점이 꼽힌다. 이랜드 측은 내달 말 레니 감독이 부임해 국내 언론과 처음 만날 것이라며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K리그에서 MLS 출신 감독이 부임한 건 사상 처음일 뿐더러 신생 구단에 외국인 사령탑을 앉히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인천이 창단 감독으로 독일 출신 베르너 로란트 감독을 선임한 적이 있다. 이랜드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17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월드컵 전에 그룹은 밴쿠버에서 선수 은퇴한 이영표 해설위원을 만나 감독 선임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위원은 선진화한 훈련 방식과 시스템을 인지하고 있는 레니 감독을 추천했다”며 “이후 레니 감독이 한국에 들어와 박상균 대표이사 등 실무진과 만났는데 축구단 운영 철학과 지휘 방식에서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레니 감독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단기간에 하위권팀을 정상권으로 이끈 지도력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레니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수료한 스코틀랜드축구협회 코칭 스쿨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MLS 2부 리그 하위권에 머문 클리블랜드 시티스타즈와 캐롤라이나 레일호크스를 단기간에 챔피언에 끌어올리는 성과로 이름을 알렸다. 2010년엔 밴쿠버를 맡아 부임 첫해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둘째 잠재력 있는 선수 발굴 능력이다. 2013년 MLS 득점왕을 차지한 카밀로를 비롯하여 재능 있는 어린 선수를 길러 리그 팀 최다득점을 기록하는 등 ‘될성 부른 선수’를 보는 눈을 인정받았다. 셋째 적극적인 비즈니스 마인드. 부상으로 선수 시절을 일찍 마감한 그는 축구계를 떠나 다양한 업종에서 일을 했고 사업가로도 활동했다. 2011년 알 힐랄에서 뛰던 이영표를 직접 만나 밴쿠버로 영입한 뒤 경기력을 끌어올렸을 뿐더러 마케팅에서도 구단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럼에도 MLS 외엔 별다른 지도 경험이 없는 점과 미국과 시장 구조가 다른 국내에서 신생 구단을 이끌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그룹 자체가 사업 계열별로 파트장이 모든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진다. 축구단도 마찬가지다. 레니 감독에게 전권을 맡기고 원하는 부분을 충실히 지원할 예정이다. 그 역시 한국의 수직적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고 한다. 축구 외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구단 책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믿음을 보였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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