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_부산
이대호. 부산 |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부산=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지난 28일 롯데 프론트와 선수단이 한데 모인 부산 롯데호텔, 2020시즌 ‘주장’으로 선임된 민병헌(33)은 선수단 대표로 단상에 올랐다. “긴장을 많이 하고 말주변이 없어서 밤새 고민하다가 몇 글자 적어왔다”며 수줍게 접어둔 종이를 펼쳤지만, 적어온 각오를 읽어내려가는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단호했다. “송승준 선배, 이대호 선배를 포함해 누구도 그 자리에 쉽게 오른 게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 모든 선수가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지난해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팬들께 실망보다 기대를 주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우리가 더 높은 곳에 위치하도록 멋진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200129-이속환대표이사취임식-06-취임 기념촬영KCH20420
롯데 이석환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취임식에서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주장 민병헌(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자이언츠

이날 부산 롯데호텔에서는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안치홍의 입단식과 롯데 이석환 신임 대표이사의 취임식이 오전과 오후에 걸쳐 열렸다. 롯데 신격호 구단주가 별세하면서 무산될 뻔했던 행사가 하루에 몰아 열린 상황, 덕분에 비시즌 동안 각자 담금질에 한창이던 선수들도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었다. 민병헌을 포함해 이대호(38), 손아섭(32), 전준우(34), 안치홍(30)까지 2020시즌 롯데의 ‘빅5’도 드디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010년 이후 FA 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한 롯데가 그중에서도 통 크게 지갑을 열었던 자원들로, 몸값만 모두 합해 418억에 달한다. ‘탈꼴찌’를 향한 책임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2017년 롯데는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대호를 ‘4년 150억원’이라는 사상 최고액으로 예우했다. 그러나 숫자에는 빛과 그늘이 있다. 지난해에는 몸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로 비난을 한몸에 받은 것 역시 이대호였다. 사이판에서 개인훈련을 하다가 이날 행사에 맞춰 귀국한 이대호는 얼굴이 몰라보게 홀쭉해진 상태였다.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내 책임이다. 지난해 너무 안 좋아서 올해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올 시즌이 끝난 뒤 계약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그걸 생각하고 야구한 적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나는 최고참이니 주장인 병헌이를 많이 도와줘야 한다. 내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 준비 많이 했으니 올 시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FA 전준우 선수 계약 이미지
전준우(왼쪽)와 이석환 대표이사. 제공 | 롯데

이번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전준우는 예상보다 길어진 협상 끝에 ‘4년 3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여기에 포함된 ‘1루수 병행’이라는 조건은 그간 롯데가 가졌던 내야 고민을 해결하는 만능키였다. 전준우는 “이제까지 외야만 해서 1루 자체를 생각을 안했다. 사실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했지만, 최대한 팀에 좋은 방향이 될 수 있게 맞추는것도 선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수긍했다. 그래서 이제는 웃을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내 “미트를 주문했다. 원래 내야수 출신이고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계속 내야수를 했으니 몸의 기억들은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며 “치홍이와 같은 팀에 뛰어보자고 자주 얘기했다. 수비 잘하는 선수니까 옆에서 배우겠다. 2루수니까 옆에서 한 발 더 뛰어주겠지만, 1루에서 나부터 한 발 더 뛰겠다”고 각오했다.

올 겨울 스토브리그 최고 화제의 팀은 누가 뭐래도 롯데다. 지난해 시즌 후반을 전후해 단장과 감독이 바뀌었고, 새해에는 대표이사가 새로 부임했다. 성민규 단장은 ‘프로세스’를 강조하며 트레이드와 FA계약 등으로 롯데의 새틀짜기에 분주했다. 리그 전반적으로 FA 찬바람이 불었지만 롯데는 규모는 줄었어도 지갑을 닫지는 않았다. 새해 새 출발선상에 선 롯데가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