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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장정석 감독이 작두를 탔다’는 말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것일까. 100%에 가까운 적중률을 자랑하던 키움 장정석 감독의 지략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선 번번이 빗나가고 있다.
키움은 지난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두산과의 KS 2차전에서 5-6으로 역전패했다. 준플레이오프(준PO)와 플레이오프(PO)에서 화려한 전술로 상대를 흔들었던 장 감독의 용병술이 힘을 잃은 것도 패인 중 하나다. PO에서 제 역할을 해낸 김동준, 김성민, 윤영삼을 KS에선 한 번도 내세우지 않았다. KS 1차전에서 두산 오재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은 오주원을 2차전에 다시 마무리로 올렸는데 이 카드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PO 무대까진 완벽했다. 꺼내드는 장 감독의 카드마다 효과를 발휘했다. ‘벌떼 마운드’ 전략이 그랬다. 포스트시즌의 경우 체력 싸움이 중요한 단기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령탑은 불펜진 가용을 줄이는 쪽으로 마운드를 운용한다. 그러나 장 감독은 달랐다. 불펜투수 10명의 전원 필승조를 선언했고 그대로 실행했다. 엔트리 30명 중 14명을 투수로 채웠고, 선발투수 4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을 모두 필승조로 가동했다. 모두가 의아해했던 불펜 총동원 전략은 장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매김했다. LG와의 준PO에서 불펜 평균자책점은 1.31, SK와의 PO에선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하며 상대를 무너뜨렸다.
파격적인 선발기용도 신의 한 수로 통했다. 이제 막 상무에서 복귀한 김웅빈을 3루수로 낙점해 선발출전시켰다. 도박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장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규시즌 4경기 출전이 전부인 김웅빈의 ‘가능성’ 하나만 보고 그를 가을행 열차에 태웠고, PO에서 빛을 발했다. SK와의 PO 2차전에서도 김규민을 넣은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도 효과를 봤다. 대타 송성문 카드도 PO 3연승의 씨앗이 됐다.
정작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인 KS에선 장 감독의 신들린 용병술을 찾아보기 힘들다. 장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앞서 “지난 포스트시즌에선 너무 틀에 갇혀 있었다. 이번에는 틀을 깨뜨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예고한 대로 틀을 깨는 데는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KS에서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필승조 김상수, 한현희, 오주원 등이 동료 야수의 실책도 있긴 했지만 실점하며 흔들렸다. 대타 카드로 투입한 박동원도 KS 2차전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등 클러치 상황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PO까지 보였던 벤치의 기민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키움은 ‘안방’에서 반전을 기약하고 있다. 역대 KS에서 2007년 SK와 2013년 삼성도 초반 2연패 열세를 뒤집고 우승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희생양이 된 팀이 키움의 현 상대인 두산이었다. 다만 당시 SK와 삼성은 모두 1위로 KS에 직행해 상대보다 체력적인 우위에 있었고, 경기를 치를수록 실전 감각이 회복됐다. 하지만 키움 입장에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대목은 분명하다. 게다가 장 감독도 KS 1,2차전에서의 실패를 곱씹고 심기일전 홈에서 열리는 KS 3~5차전을 준비한다. 장 감독의 ‘신기(神氣)’가 다시 고개를 들면 키움의 반격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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