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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풉”하고 곱씹을수록 웃음이 나게 하는 두 드라마가 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JTBC ‘멜로가 체질’ 그리고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이하 ‘천리마마트’)다. 장르의 결이 다르긴 하지만 최근 시청자들을 유쾌하게 만들어준 몇 안 되는 작품에 화제성까지 잡은 드라마들이다. 다소 진지하거나 심각한 정서로 시청해야 하는 사극, 스릴러, 액션 등의 드라마가 대부분인 현 시류 속에서 고개를 든 작품들이라 더욱 돋보였다.
‘멜로가 체질’, ‘천리마마트’ 각 주역 모두가 맛깔나는 연기를 펼쳤지만 유독 두 배우가 훈훈한 동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응답하라 1988’ 멤버 안재홍과 이동휘다. 안재홍은 ‘멜로가 체질’에서 드라마 감독 손범수로, 이동휘는 ‘천리마마트’에서 천리마마트 점장 문석구로 변신해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각 인물을 그대로 체득했다는 평이다. 이처럼 2016년 ‘응답하라 1988’로 존재감을 알린 두 사람은 꾸준한 활동에 이어, 최근 이처럼 동시기에 두각을 드러내 더욱 돋보이고 있다.
‘멜로가 체질’은 매회 시청률이 1%대로 저조했지만 “인생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고 입소문을 타는 기이한 공존을 보였다. 주역들의 안정된 연기력이 탄탄한 스토리에 찰싹 덧입혀져 시너지를 냈고, 이병헌 감독만의 독특하고 공감 가는 대사는 시청자를 위로하고 때론 배꼽 잡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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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은 드라마 작가 임진주(천우희 분)와 연인이 되기 전 썸을 타는데, 밀당 심리전에서 임진주를 쥐락펴락한다. 강약을 조절하는 입담과 천연덕스러운 표정은 얄밉기까지 하다. 하지만 안재홍은 손범수가 결코 미워 보이지 않도록 경계를 지키는 노련함으로 캐릭터를 변주했다. 이같이 극에 최적화된 소화력은 물론, 멜로물에 더 잘 동화될 수 있도록 10kg를 감량하는 노력을 더해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세상 순수하고 살도 오동통하게 올랐던 ‘응답하라 1988’ 6수생 김정봉은 이토록 세련되어지고 발전돼있었다.
이동휘는 ‘천리마마트’에서 사장 정복동(김병철 분)과의 코믹 케미로 매 회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만화 캐릭터가 튀어나온 듯한 생생한 표정연기와 능청스러움으로 문석구를 완벽히 그렸다. 아직 초반이지만 이동휘는 이미 폭소유발자로 등극했다.
문석구는 대학 시절 캠퍼스 생활도 포기하며 스펙 쌓기에 몰두했고 이 노고는 천리마마트 점장이라는 선물을 줬다. 때문에 일에 대한 열정은 하늘을 찔렀지만 천리마마트는 망해가는 곳으로 문석구를 혼란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정복동의 등장으로 천리마마트는 변화를 맞이하며 손님이 늘기 시작한다. 문석구는 정복동의 기상천외한 일처리에 자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거나 불안해하는데, 표정 연기만으로도 당혹감이 너무 리얼해 웃음을 자아낸다. 라이벌 마트에서 고기를 구입할 땐 존재를 숨기기 위해 변장하는데 적절한 비장함을 가미해 코믹 분위기를 더한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정복동에게 “천리마마트는 쥐뿔도 가진 것 없는 제게 기회를 준 직장이다. 남들은 대마그룹 유배지라고 무시하지만 제겐 소중하다”라고 뭉클한 애사심을 전하며 진중함까지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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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응답하라 1988’ 동룡을 포함해 영화 ‘부라더’, ‘극한직업’까지 다양한 코믹 캐릭터를 맡아온 이동휘다. 문석구 역시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로 기시감이 우려됐지만 결이 다른 이미지로 변주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이동휘만의 개성 넘치고 독보적인 연기 색깔이 다시금 두드러졌다는 평. 원작 캐릭터를 알맞게 재탄생 시켰다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 관계자는 안재홍의 연기에 대해서는 “캐릭터 소화력이 남다르다. 특히 능청스러움을 잘 녹아내는데, 그래서 손범수를 더 매력적으로 소화한 것 같다“라며 ”실제 성격도 능청스러운 구석이 있고 친근한 편이라 스태프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간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동휘가 ”현장에서도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아 연기의 결도 더 유려해진 것 같다. 원작과의 싱크로율도 좋다. 욕심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맡아온 터라, 이번에도 남다른 소화력을 보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이 실제로도 서로를 응원하며 여전히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도 더해졌다. 브라운관에서 나란히 빛나며 우정 또한 더 돋보이고 있는 두 사람.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DB, 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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