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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07년 12월 철거된 동대문 구장은 한국야구의 성지다. 동대문 구장은 한국 최초로 야간경기가 가능한 실외경기장이었으며 1960년대부터 매년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열린 한국야구 역사 그 자체다. 1982년 3월 27일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프로야구 첫 경기가 열린 장소 또한 동대문 구장이었다. 하지만 1986년부터 서울 연고지팀인 MBC와 OB가 나란히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했고 대중의 관심도 고교야구에서 프로야구로 이동하며 동대문 구장 관중수는 급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야구인들 가슴 속에는 동대문 구장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비록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지만 현장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동대문 구장에서 쌓은 추억을 마치 하루 전 일처럼 생생히 기억한다. SK 염경엽 감독은 “고교시절에는 동대문 구장에 가는 날만 기다렸다. 동대문 구장 스포츠 용품점에서 신상 글러브와 스파이크를 착용해보고 기뻐했던 기억이 뚜렷하다. 모든 야구인들에게 있어 추억이 가득한 장소인데 허무하게 사라져서 지금도 많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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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과 최희섭 등 과거 코리안빅리거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눈에 들어왔던 장소 역시 동대문 구장이다. 최희섭은 광주일고 시절 동대문 구장 외야 관중석을 강타하는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됐다. 김병현은 “그때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동대문 구장을 갔다가 최희섭 홈런을 목격했다. 당시 희섭이의 홈런은 거짓말 같았다. 태어나서 그렇게 빠른 타구가 그렇게 낮은 탄도로 출발해 관중석에 꽂히는 장면을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2006년 10월 수많은 야구인과 야구팬의 바람과 달리 동대문 구장 철거가 결정됐고 이에 따라 LG와 두산은 2007시즌 동대문 구장 중립경기를 추진했다. 하지만 열악한 동대문 구장 시설과 이에 따른 안전문제, 전력수급 문제 등으로 동대문 구장 마지막 프로야구경기는 무산되고 말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본부장은 “2007년 LG와 두산 경기 그리고 KIA와 삼성 등의 중립구장 경기도 논의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러나 아쉽게도 동대문 구장 외야석 안전 문제로 인해 경기가 열리지는 못했다”고 돌아봤다.
12년 전인 2007년 서울시는 동대문 구장을 철거하는 대신 한국 최초의 돔구장 고척돔 건설을 약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말 고척돔이 완공됐으나 고척돔은 지리적 문제와 교통 문제, 유독 비싼 티켓 가격 등 여러가지 이슈만 낳은 채 반쪽짜리 프로구장으로 전락한 상태다. 2019 정규시즌 관중숫자만 봐도 고척돔은 45만 3886명을 동원하며 10구단 최소 관중을 기록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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