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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화 CMO캠퍼스 대표. 사진|이혜라 기자

[스포츠서울 이혜라 기자]국내 대기업 임원 3관왕 등 최명화 CMO캠퍼스 대표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그의 다채로운 이력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이를 알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서 비롯됐다. 기업 마케팅,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을 아우르는 강의를 통해 매주 수강생들을 만나는 그는 본인의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다른 사람이 항상 궁금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질문의 종류, 경중은 상관없다. 누구든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는 데에 의미를 찾고 싶다. 기업, 개인 마케팅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임원 출신이다. 현대차를 선택한 계기는.

어떤 제품을 마케팅 하느냐에 따라서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치약 같은 소비재는 아기자기하게 마케팅하는 재미가 있고, 자동차는 고객의 관여도가 높고 훨씬 감정적인 특징이 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본인의 이미지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 마케팅은 기존에 다뤄왔던 제품이나 브랜드와 달라 도전했다.

-기억에 남는 마케팅 사례가 있다면.

LG전자에서는 제품 개발을 담당해 유독 흥미로운 일이 많았다. 인도향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인도의 가정집마다 카메라를 설치해 2주 동안 그들이 냉장고를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인도인들은 야채를 많이 사용해서 냉장고 내 가장 아래에 위치한 야채칸을 불편해했고, 커리나 향신료도 많이 쓰는데 이를 보관할 적당한 칸이 없었다. 이에 내부 구조를 바꿔 현지인들에 맞춘 냉장고를 개발했고, 판매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LG베스트샵 진열 구조를 아예 뒤집은 적도 있다. 제품 진열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실험을 많이 했다. 고객의 시선을 따라가는 아이트래킹(eye tracking)이나 뇌파 분석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샵 내 상품 진열 방법 변경 이후 고급제품 판매율이 2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특히 뇌파 분석 실험은 업계에서 굉장히 앞선 사례였다. 양재동에 위치한 2475㎡ 규모의 인사이트 랩도 나의 제언이었다. 현재도 이곳에서 고객 리서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두산에서는 브랜드 총괄을 맡았는데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을 벌였다. 박용만 회장의 철학을 옮겼고 집행한 결과 당시 대학생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기업 3위 안에 등극하기도 했다.

현대차에서는 제네시스라는 고급차를 탄생시키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도요타의 렉서스 등 이미 고급 브랜드들이 상존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론칭할지 고민이 많았다. 현대차가 가진 가능성은 많았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우려가 있었던 거다. 독립 브랜드 옵션부터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왔는데, 당시 제네시스 라인이 국외 ‘Car of the Year’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었다. 그래서 이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론칭하자는 결론을 냈다. 볼보는 안전을, BMW는 성능 자체, 벤츠는 안락함을 컨셉으로 내세웠을 때, 현대는 ‘인간을 향한 테크닉’을 모토로 잡았다. 시속 200km에서의 기능보다 고객들이 달리는 평균 속도 내에서 안전할 수 있고, 매일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측면에서의 이미지를 선택했다. 이에 새로운 개념의 프리미엄인 ‘모던 프리미엄’ 전략을 도출할 수 있었다.

-현 시점에서의 기업 마케팅 방법은.

세상은 이제 큰 혁신에 감동하지 않는다. 작은 것이라도 섬세하게 잡아냈을 때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진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자신의 취향이 더욱 중요한 세대다. 이들은 이 필요가 충족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가치를 느끼기도 한다. 마켓컬리도 샛별배송이라는 섬세함으로 승부를 봤고 방탄소년단(BTS)의 아미(A.R.M.Y)도 마찬가지다. 로고부터 문을 형상화해 아미가 문을 열고 들어가 함께 하며 아티스트와 팬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엄청난 카리스마 보다는 수다스럽게, 본인의 이야기나 취향을 녹일 수 있는 방향이 통할 것이다.

-셀프(개인) 마케팅, 브랜딩도 중요하지 않겠나.

매우 중요하다. 마케터이기도 해서 개개인은 모두 브랜드로 본다. 앞으로 시장은 고양이 DNA 세상, 즉 개인화가 가속되는 상황 속에서 이뤄질 것이다. 집단이 주는 구속감은 약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직장의 명함, 가족 등을 통해 안전함을 느끼거나 보호받는 게 덜해질 것 같다. 이에 따라 흉내내는 것이 아닌 나다운 것, 본인이 갖고 있는 블루칩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이는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족한 걸 메우는 과정으로만 살아왔다. 약점에 사로잡힌다면 어느 순간 미지근한 우유가 돼 있기도 한다. 차라리 아예 뜨겁거나 차가운 건 어떨까. 세상의 포용력도 넓어졌다.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개개인의 약점을 이해할 자세가 돼 있는 세상이 왔다. 갖지 못한 건 손가락질 안 받을 정도의 에너지만 쓰고 장점을 갈고 닦아서 완전한 나의 것으로 만들기를 추천한다.

-개성있는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 조직·기업 문화도 이를 따라오고 있나.

그렇다. 애자일 조직(agile organization)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리 중심의 조직에서 탈피해, 상호 유기적으로 보완하며 기민한 움직임이 가능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기업도 이전에는 완만한 구릉이 되려 했다면, 이젠 계곡이 있고 후엔 봉우리가 나타나는 기복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갖춘 팀원과 협동하고 교육 등을 통해 보충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생기는 추세다.

-셀프 브랜딩과 기업 마케팅의 공통점은.

라이프사이클이 있다. 어려운 시기, 성장기, 정점을 쳤다가 다시 내려오기도 하는 굴곡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3C도 공통적 특징이다. 일관성(Consistent), 지속성(Continuous), 창의성(Creative)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널브랜딩(Internal Branding)도 양쪽 다 필요하다. 외부로 보여지는 이미지도 중요하나 구성원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가치와 믿음을 중시하는 태도다. 기업 내에서도 자신의 일을 잘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본인과 화해를 잘하는 사람이더라. 종종 전투적인 사람이 있는데, 결국 주위 사람과의 관계보다 우선해 본인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듣고, 말하기 위해 살롱(Salon) 형식의 강의를 진행한다고 하던데.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의미에서 유익하다. 강의를 하면서도 수강자들에게 많이 배운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함께 걸으며 자연스러운 네트워크 속에서 비즈니스 연결도 일어난다. 올해 수강자 중 임원 승진도 많이 예정돼 있다. 서로 채워주는 관계 속에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조언한다면.

재밌는 세상이 왔다. 인플루언서 시장이 보여주듯 사람들은 개인이 가진 스토리에 집중하고 열광한다. 나를 찾는 것만이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무엇을 가진 사람이냐로 선택될 것이다. 네트워크 시대다. 모든 것을 가질 필요없다. 연결해 만나고, 놀고, 일한다. 과거에는 이것이 불가능했으니 만능맨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쉽게 레버리지(보완)가 가능한 시대다. 서로 보완하면 되니, 나만의 뚜렷함을 찾아가면 좋겠다.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도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이들을 위해 시장성에 대한 컨설팅도 하고 있는데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이슈를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결국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hrlee@sportsseoul.com

●최명화 약력

現 최명화&Partners(CMO캠퍼스) 대표

現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현대자동차 마케팅 전략실장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

LG전자 이노베이션팀 상무

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 학사

Virginia Tech, Ph.D. (소비자 행동론 박사)

저서 「Plan Z : 여자를 위한 회사는 없다」,「 칼퇴근 4.0 : 일하는 방식의 혁명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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