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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안녕하세요 유니클로입니다.”
서울 강남역 유니클로에 들어서자 텅 빈 매장에는 직원들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유니클로 강남역점은 강남역 11번 출구의 랜드마크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평소에는 손님들로 붐비지만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진 6일, 기자가 찾은 시각에는 손님 응대를 하는 직원은 1명뿐이었다.
매장 내에는 손님보다 직원 수가 많았으며 평일 낮에도 제품 구매를 위해 줄을 서야 했던 것과 달리 계산대에는 줄을 선 고객이 전혀 없었다. 10개에 가까운 포스(POS)기기 앞에는 한 직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자가 불매운동과 관련해 물으려 하자 직원은 “관련 언급은 하지 말라는 본사 지침이 있다”며 대답을 피했다.
반면 유니클로와 200m가량 떨어진 국산 브랜드 탑텐 매장은 불매운동에 대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유니클로와 달리 탑텐 매장은 제품을 구경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해당 매장 직원은 “불매운동 이후 평일은 15%, 주말에는 30%가량 방문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탑텐은 광복절을 앞두고 ‘1945’가 새겨진 광복절 티셔츠를 출시하는 등 국내 SPA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인기 제품으로 각광받으며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50대 여성들은 “국산 제품을 애용해서라도 나라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탑텐에 왔다”면서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면 우리나라 제품을 사야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편의점 역시 8월부터 일본 직수입 제품 발주를 자체 중단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속도가 붙는 모습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본사 편의점에서 판매하던 나가사카짬뽕, 모찌롤 등 일본에서 직접 가져오는 일부 직수입 제품에 대한 수입을 중단했다. CU는 모찌롤의 경우 국내 업체가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고, 제품명도 한국어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CU는 아사히,기린이치방,삿포로, 산토리 등 총 10종의 일본 맥주와 호로요이 4종을 행사에서 제외키로 했다. 에비스와 일본 사케 등 5종은 발주 정지까지 한 상태다. GS25 역시 모리나가제과 밀크캐러멜 모나카와 말차 캐러멜 모나카 아이스크림 판매를 중단하고 삿포로, 아사히, 기린이치방, 필스너, 코젤 등 일본 맥주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강남 사거리의 한 편의점주는 “손님들이 아예 일본 제품을 찾지도 않으니 재고가 있어 자연스럽게 발주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제품을 보고 불쾌감을 드러내는 손님들이 가끔 있어 재고 소진 후 일본 관련 제품은 추가 발주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신발 편집숍으로 알려진 ‘ABC마트’에 대한 불매운동도 격화되고 있다. 일본 본사가 ABC마트코리아의 지분 99.96%를 갖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강남 매장 역시 텅 빈 상태였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은 소비자 저항이 가장 큰 일본산 맥주 발주를 중단했다. 아예 본사 차원에서 수입 맥주 할인행사 구성 중 일본 맥주를 제외하고 있다. 경기도 한 마트 관계자는 “매대에서 일본 맥주 위치가 변경됐다”면서 “고객들이 자주 찾는 제품을 이른바 골든존에 배치하는데 일본 맥주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반 시민들부터 시작된 불매운동은 마트노조, 택배노조, 시장상인회를 넘어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까지 퍼져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매출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김정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수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2000달러(약 53억 원)로 전월 790만4000달러에 비해 45.1% 감소했다. 맥주 소매 판매 채널 1위인 편의점의 ‘4캔에 1만 원’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하면서 8월 수입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vivid@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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