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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모든 선수는 강한 타구를 멀리 보내고,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고 싶어한다. 안타깝게도 모든 선수가 이 꿈을 이루기 어렵다. 때문에 어떤 선수로 관중들의 눈을 사로 잡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NC 이동욱 감독은 지난 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누가 샅바싸움을 잘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한 동안 생각에 잠긴 이 감독은 “모든 선수가 그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른바 플라이볼 혁명과 파이어볼러 전쟁으로 단순화된 야구에서는 거의 잊혀졌던 화두다. 공 하나 하나에 의미를 담아 타자에게 승부를 거는 투수와, 이런 투수를 상대로 의도적인 삼진을 당하는 타자의 멋이 불과 몇 년 사이 자취를 감췄다. 그저 강하게 던지고, 강하게 치는 지루한 싸움만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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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몬스터’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올스타전 선발로 나서게 된 류현진(32·LA다저스)은 ‘샅바싸움의 제왕’으로 부를 만 하다. 타자의 노림수를 지켜보며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싸움을 건다. 찰나의 순간으로 아웃과 세이프, 안타와 범타가 갈리는 야구 특성을 고려하면 류현진의 제구와 완급조절은 야구괴물들이 산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로 추앙받는 강력한 무기다. 특히 빅리그는 플라이볼 혁명과 발맞춰 시속 160㎞를 쉽게 던지는 강속구 시대로 접어들었다. 힘과 힘의 싸움에서 누가 우위에 있는지를 가리는, 단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매우 단순하고 극단적인 종목으로 변하고 있다. 그 틈새에서 전통의 야구가 가진 맛과 멋의 향연을 펼치는 류현진은 전 세계 야구팬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7년간 1억 3000만 달러를 받고 텍사스에 둥지를 튼 추신수(37)도 언뜻 현대 야구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유형이다. 한 시즌 30개 이상 홈런을 때려내지 못하는 대신 남다른 선구안과 빠른 발로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아무리 플라이볼 혁명 시대라고 해도, 누상에 주자가 많이 쌓일수록 다득점 할 확률이 높다. 추신수처럼 선구안과 정확한 콘텍트 능력,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갖춘 타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발 빠른 주자가 누상에 나가 투수와 야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면 동료가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야구에서 협력(중계플레이와 팀배팅)과 희생(희생번트와 구원등판)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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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장효조 전 삼성2군 감독은 “장효조가 볼이라면 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홈런을 칠 수 있지만 출루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NC 손민한 투수코치는 어깨 부상 이후 완급조절의 마술사로 변신을 시도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화려해보이는 홈런왕이나 탈삼진왕 보다 투구 수를 늘리는 출루머신과 최소투구로 긴 이닝을 던져주는 투수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등장할수록, 야구팬이 경기를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도 많아진다. 획일화로는 아무런 메시지도, 감흥도 주기 어렵다. 익숙한 것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다. KBO리그가 어떤 방향을 좇아야 할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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