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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신인 지명을 두고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1차 지명 행사가 1년 만에 사라진 가운데 드래프트 제도 변경을 두고도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얼굴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더 나아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공존을 꾀해야 하는 시점에서 발전을 커녕 퇴보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6월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1차 지명 행사를 열었다. 당시 KBO는 2차 지명 행사에서 1차 지명자까지 신인들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방식이 1차 지명자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판단으로 1차 지명 행사를 별도로 기획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야구팬 대다수가 2차 지명 행사에 묻혀왔던 1차 지명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과거처럼 2차 지명 행사에 1차 지명자를 불렀다면 이대은, 이학주, 하재훈 등 2차 지명을 받은 해외파로 인해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았다. 1차 지명을 받고 행사장에서 주인공이 된 선수들 역시 “무대에서 프로 유니폼을 입고 부모님과 함께 촬영한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감격했다.
하지만 KBO는 1년 만에 1차 지명 행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KBO 관계자는 “구단들과 모여서 꾸준히 논의를 했다. 1차 지명자들에 대한 동기부여와 관심도를 고려해 지난해 따로 행사를 열었는데 실효성에 대해선 구단마다 입장이 달랐다. 어차피 2차 지명 행사 때 또 불러내느니 행사를 분할하는 것보다 다시 통합하는 게 낫다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1차 지명 행사 폐지는 예고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운찬 KBO 총재와 몇몇 구단이 1차 지명 제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전면 드래프트 전환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KBO 수장이 1차 지명 제도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행사를 여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문제는 당장 이듬해부터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실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2014 신인지명부터 1차 지명 제도가 재시행됐고 서울권 3팀은 LG-키움(당시 넥센)-두산 순서로 서울 연고 1차 지명권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로 1차 지명 제도 재시행 7년차가 됐는데 서울권 3팀이 모두 1차 지명 첫 번째 지명권을 행사하려면 2년이 더 필요하다. 형평성을 고려할 때 전면 드래프트제를 시행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22년이라는 얘기다. KBO 관계자 또한 이를 두고 “우리도 현실적으로 전면 드래프트 시행 시기는 2022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전면 드래프트에 대해서는 구단들과 할 수 있는 얘기는 다 한 것 같다. 장단점도 충분히 논의됐다”고 말했다. 1차 지명 행사를 올해 폐지해야 할 뚜렷한 명분이 없는 셈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유소년 야구붐이 불었고 최근 고졸 신인들의 기량 또한 급상승했다. 3년 전만 해도 순수신인왕이 드물었으나 2017시즌 이정후(키움)를 시작으로 2018시즌 강백호(KT)에 이어 올해까지도 3년 연속 고졸 순수신인이 신인왕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스프링캠프는 물론 개막전부터 신인들이 즉시전력감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소속팀의 핵심전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그러나 KBO는 이러한 호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10년 이상 리그의 얼굴이 될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아마야구 흥행을 통한 프로와 아마의 공존을 바라보기는 커녕 드래프트 제도에만 집착하는 편협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 미래를 바라보지도, 대응하지도 못하는 조직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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