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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기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좋을 때 더 반성하겠다.”

대한축구협회(KFA) 전한진 사무총장은 2000년대 한국 축구의 롤러코스터를 모두 경험한 대표적인 축구행정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제부 과장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그는 이후 KFA에서 차곡차곡 실무 경험을 밟아 지난 2017년 11월 사무총장 자리까지 올랐다. 2002년 월드컵 열기와 그 이후, 그리고 지난해 독일전 승리와 그 이후 등을 면밀히 비교할 수 있는 인사다. 또 축구 내적인 것을 떠나 대표팀 관련 흥행이나 커뮤니케이션 등도 잘 파악하고 있다. 전 총장은 독일전 승리 1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2002년 월드컵이나 독일전을 통해 선수들이 죽을 힘을 다해 뛸 때 국민들 지지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잘 될 때 반성해야 한다. 대표팀과 팬들 연결해주는 역할을 KFA가 더 잘 하겠다”고 했다.

- 2002년도 보고, 독일전 승리도 봤다. 독일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축구랑 연결되는 것이 국가, 국민 등 내셔널리즘이다. 국민에게 감동과 눈물을 줬다는 것이 (2002년과 독일전)공통점 아닐까. FIFA 회원국이 211개국이다. 나라마다 실력과 인프라가 천차만별임에도 성적이 꼭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말도 있지 않나. 역시 사람들은 축구를 볼 때 죽을 힘을 다해 뛰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 이길 확률도 높아지고, 그게 아름답다.

- 독일전 이후 A매치가 매진 행렬을 이루고 있다. 파트너사(스폰서)에서 KFA를 보는 눈도 달라졌는데.

그런 것도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파트너사와는 계약 기간이 있기 때문에 타이밍만 맞으면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있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조건은 반대가 된다. 파트너사와 관계를 보면 나름대로 긍정적이다. 독일전이 방아쇠가 됐다.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촉매가 됐다. 이런 분위기를 끌어올린 증폭제가 ‘파울루 벤투 사단’이었다. 팬이나 국민들도 벤투 사단의 장점과 잠재력을 보고 있다. A매치는 (벤투 감독 온 뒤)7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6만이 온 이란전도 사실상 경기장을 꽉 채웠다고 봐야 한다. 선순환이 되고 있다. 분위기가 나아지고, 관중석이 꽉 차고, 한국 축구의 재원이 생기고, KFA는 팬들을 더 챙겨줄 일을 찾게 된다.

- 1년 전엔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싹 바뀌었는데 이걸 무형의 자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고 월드컵이 열릴 때면 붉은 옷을 입는 팬들도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10대 소녀들이 BTS도 좋아하지만 태극전사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들이 (대표팀을)잠깐만 좋아하고 떠나도 KFA가 숙제로 생각해야 한다. 왜 축구가 매력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삼위일체란 말을 하고 싶다. 대표팀이 있다. 보고 즐기는 팬이 있다. 둘만 갖고는 만날 수 없다. 중간에서 KFA나 국제축구연맹(FIFA)처럼 둘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A매치를 잘 만들고, 팬들이 즐길 수 있게 해야 삼위일체가 되는 것이다.

- 지금의 상승세를 유소년 발전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한국 실정에선 당장의 대표팀 성적과 흥행이 중요하지만 유소년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개선도 많이 이뤄졌다고 본다. 흔들리지 않고 가고 있다. 독일전으로 어린이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순 있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 없이 꾸준히 계속해야 하는 것이 바로 유소년 육성이다.

- 최근 U-20 월드컵 준우승은 어떻게 보는가.

성공은 기뻤으나 걱정이 앞선다. 사람들이 U-20 월드컵까지 순간적으로 확 즐기고 이후 무관심할까봐 그렇다. 그게 현실이란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성공할 때 반성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계속 발전해야 하니까 이 기회를 통해 손 볼 것이 뭐가 있나 고민해야 한다.

- U-20 대표팀이 월드컵 결승에 오른 뒤 버스에서 ‘떼창’한 것이 뉴미디어 차원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문화에 맞춰 팬들의 니즈를 채운 좋은 케이스라고 본다. ‘떼창’을 했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은 물론 밖에서 이뤄지는 일까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게 더 의미 있다. 팬들은 그런 것들도 원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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