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두산 니퍼트, 왜 이렇게 힘드냐?
[스포츠서울] 두산 선발 니퍼트가 4일 잠실 LG전에서 경기 초반 대량 실점을 허용한 뒤 아쉬운 뒷모습을 보이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믿고 쓴다’던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또 난조를 보였다.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니퍼트는 6회까지 91개의 공을 던져 11안타 7실점했다. 홈런 등 장타는 없었지만, 상대 하위타순에 2루타 세 방을 맞는 등 니퍼트 다운 위용이 사라졌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평소 던지던 이미지와 실제 날아가는 공의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마운드 위에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다”고 진단했다. 니퍼트의 부진 때문에 두산은 시즌 전체에 대한 마운드 운용 계산이 확립되지 않고 있다.

2회 선두타자 이병규(배번 9번)에게 직구 두 개를 연거푸 던지다 우중간 안타를 허용한 니퍼트는 1사 1루에서 이진영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높게 들어가 또다시 우전안타를 맞고 1, 3루 위기에 몰렸다. 이후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배번 7번)를 맞아 1볼 2스트라이크로 주도권을 잡고도 바깥쪽 낮은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지다 좌익선상을 타고흐르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니퍼트의 직구는 타자들이 위압감을 느낄만큼 위력적이다. 하지만 공을 던질 때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다보니 스윙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고질적인 등 근육통이 동반돼 볼끝이 떨어졌다. 이병규가 잘 노려친 코스였지만, 정상적인 니퍼트였다면 파울이 되거나 3-유간으로 치우쳐야 하는 공이었다. 실제로 두산 3루수 허경민은 선상을 버리고 유격수 쪽으로 서너발 이동한 수비 시프트를 썼다. 시프트를 깰만큼 니퍼트의 위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3회에는 톱타자 오지환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하나 허용하며 이른바 빅 이닝을 만들어줬다. 손주인이 희생번트를 두차례 시도했는데, 모두 파울이 돼 심리적으로 쫓긴 상태. 볼카운트 2-2에서 니퍼트는 몸쪽 높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선택했고, 런 앤드 히트 사인을 받은 오지환이 스타트를 끊는 것을 본 손주인이 손목힘만으로 좌익수 앞으로 공을 보냈다. 높이가 애매했고 떨어지는 각도 짧았다. 높은 직구였다면, 파울이 됐거나 헛스윙 할 코스였지만 구종선택이 잘못 된 것이다. 조쉬 벨의 빗맞은 안타로 1점을 내준 니퍼트는 박용택 이진영 이병규(배번 7번) 등 LG의 좌타라인에 희생플라이 1개를 포함해 2안타, 최경철 2타점 쐐기 2루타를 허용하고 5점을 내줬다. 장기인 높은 직구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해 속절없이 당했다.

[SS포토] 두산 니퍼트, 또 맞았나?
[스포츠서울] 두산 선발 니퍼트가 4일 잠실 LG전에서 타구를 쫓고 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송 감독은 “포수 입장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높은 코스에 공을 던지는 투수는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다. 과거의 니퍼트라면 의도적으로 높은 직구를 던진 뒤 낮게 들어오는 체인지업이나 각이 큰 커브 등으로 타자를 요리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의도적이라기보다 몸에 힘이 들어가다보니 손에서 공이 채지지 않고 빠져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런 공이라면, 타자가 위압감을 느끼지 못할뿐만 아니라 장타를 허용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른바 ‘하이볼’로 불리는 높은 스트라이크존의 공은 타자들에게 ‘홈런볼’로 불린다. 배트 중심에만 맞히면, 큰 힘 들이지 않고 홈런을 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의도적으로 높은 코스에 힘있는 직구를 던지면, 팝플라이가 되거나 파울을 칠 수밖에 없어 투수들에게 ‘카운트 볼’이 된다. 지난해까지 니퍼트의 하이볼은 ‘카운트 볼’ 개념이 컸고, 홈런왕 넥센 박병호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첫 타석에 홈런을 쳐내기 전까지 공략할 수 없는 공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3회 박용택과 최경철의 우전안타는 모두 140㎞대 후반의 몸쪽(우타자기준) 높은 코스였다. 볼끝에 힘이 떨어졌다는 것을 LG 타자들이 증명해 보인 셈이다. 니퍼트의 부진, 급진적인 리빌딩을 단행하면서도 ‘전통의 강호’라는 이미지를 이어가려던 두산에 때아닌 악재로 부상했다.
잠실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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