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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난번 컬럼에서 커피는 민감한, 굉장히 예민한 식물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재배하는 지역의 환경에 따라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는 것인데요, 같은 품종의 커피나무를 재배하더라도 재배하는 고도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헌데, 다른 국가, 더 나아가 다른 지역이라고 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지겠지요. 오늘은 다양한 지역 중에서 아시아, 또 그 속에서 수마트라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수마트라(Sumatra)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수마트라가 무엇일까요? 수마트라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섬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규모의 섬인데요, 이 섬 중앙에 위치한 토바호수(Lake TOBA)는 서울시 크기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수마트라는 큰 규모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커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유명한 커피가 무엇일까 생각하면, 바로 수마트라를 떠올릴 정도로 커피를 많이 생산하고 그 아로마와 풍미도 뛰어납니다.
커피를 재배하는 어느 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수마트라 커피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여러 커피전문점에도 시그니처 블렌드(그 집만의 특성이나 개성을 살려 주력으로 판매하는 원두 블렌딩, 주로 에스프레소에 사용)에 수마트라 커피를 많이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 제가 처음 수마트라 커피를 마셨을 때, 너무도 독특한 향과 특유의 커피 맛에 놀라 한 잔을 다 비우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후에도 수마트라의 커피 맛이 자꾸 생각났는데, 그 커피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로 ‘흙’이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흙의 풍미가 나는 독특한 풍미의 커피, 수많은 커피 마니아의 맘을 설레게 하는 수마트라는 여러 복잡한 이유 덕분에 이러한 흙의 풍미가 나타납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하여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수마트라는 굉장히 유명한 열대 우림 지역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수마트라는 따뜻한 기후 속에 많은 비가 내려, 커피나무가 성장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여 줍니다.
둘째 토양입니다. 수마트라섬을 가로지르는 큰 산맥을 따라 아직도 활동하는 활화산이 12개나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 화산의 영향으로 수마트라의 토양은 화산재 성분이 아주 많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커피나무가 성장할 때 이러한 성분을 포함하며 자라나서, 커피에서도 진한 초콜릿의 풍미와 고소함 끝에 느껴지는 달콤함, 또 매우 독특한 흙의 풍미가 느껴지게 됩니다.
셋째 독특한 가공방식입니다. 보통 커피를 가공하는 방식(커피체리의 과육을 제거하고 생두를 건조하는 과정)은 수마트라만의 독특한 가공방식으로 보통 반 수세식(Semi-Washed)이라 불렸지만, 최근에는 수마트라만의 전통적인 커피건조방식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웻훌링(Wet-Hulling), 혹은 웻 훌드(Wet-Hulled)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수마트라 전통언어로 ‘길링바사(Gilling Basah)’라고 표현하는 이 건조방식은 생두를 보호하고 있는 파치먼트라는 단단한 부분을 생두에 수분이 많을 때 벗겨내어 넓은 야외 뜰에서 다시 건조시키므로, 생두에 독특한 향미를 발현시키게 됩니다. 이 방식을 통해 수마트라 커피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강렬한 바디감과 독특한 풍미들을 발현시킵니다. 수마트라 커피를 구매해보면 유독 갈라지거나 깨진 커피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바로 수마트라의 독특한 가공과정에 의해서 생긴 것으로 절대 품질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수마트라 커피 농장의 농부들은 커피에게 너무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정성을 다해 커피를 재배하고 수확합니다. 이렇게 까다롭고 어렵게 가공된 수마트라 커피는 천혜 자연의 모든 것이 커피 한잔에 스며들어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흙의 독특한 풍미가 풍겨나며, 현재도 전 세계의 수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제14대 김경빈 커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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