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구단은 물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마저 관심을 갖지 않는 대학야구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대학야구 자체는 존재하겠지만 프로야구의 젖줄 역할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25일 예정된 프로야구 1차 지명에서도 각 구단은 대부분 고졸 선수를 선택하겠다는 분위기다. 2차 지명 때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현장 감독뿐만 아니라 학부모까지 중대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세대 4학년 학생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 A(54)씨는 “아들이 과제 때문에 경기 전날에도 새벽 두 세시까지 노트북과 씨름하더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규 수업을 다 듣고 방과 후 팀 훈련을 한 뒤 주말리그를 위해 부산(기장), 순천, 보은 등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버스에서 쪽잠을 자고 한 경기 치른 뒤 다시 상경하는 일정의 반복이다. 프로 입단의 꿈을 갖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현실은 높은 산에 가로 막혀 있다”고 한탄했다. 휴식을 취할 틈이 없으니 공부나 야구 모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성균관대 학생선수 학부모 B(58)씨도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 재정 지원을 빌미 삼아 학생들을 이상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학습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체육 특기생으로 선발한 학생들을 일반 학생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 없는 일이다. 차라리 서울대처럼 수능 성적으로 선수를 선발하는게 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가 그리는 이상향에 가까울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
대학 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대학 주말리그가 펼쳐지는 구장에서 피켓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성균관대와 고려대 학부모를 시작으로 대부분 학교 학부모가 동참했다. 24일 부산 기장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주말리그에도 피켓 침묵 시위 부대가 등장했다. 몇몇 학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학야구 선수들의 휴식권 보장 및 대학야구 시설 확충’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평일 대회를 금지하고 주말대회를 치르게 했다. C학점 이하를 받은 학생들은 대회 출전도 할 수 없다. 구장이 없어 500~600만원씩 학교 예산을 들여 부산, 순천 등으로 떠도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구단의 스카우트들이 외면한지 오래고 학업 성적을 우선시하다보니 훈련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전문성도 떨어지고 있다. 각 구단이 “그래도 대학야구를 살려야 한다”며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실력 중심의 프로 수준을 고려하면 병역문제까지 걸려있는 대졸 선수들을 선뜻 뽑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구단의 방침에 따라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는 3~4명 정도는 대졸 예정자로 뽑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실력이 너무 떨어져 지명권을 행사하기 아까울 정도다. KBSA에서 대학연맹이 분리됐고 그 마저도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주관하다보니 탁상행정으로 선수들이 최대 피해자로 전락했다. 이 상태로 4~5년 정도 지나면 대학야구는 이름만 남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
리그 예산을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집행하다보니 각 대학은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 감독은 “일본이나 미국과 교류전을 할 때 연합팀을 구성해 대표팀 자격으로 참가하는데 개인당 500만원(미국기준)씩 참가비를 내야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태극마크도 달 수 없다. 공식대회가 아니라 예산을 줄 수 없다는 설명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감독은 “8년만에 재개되는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도 중앙대 단일팀으로 참가한다. 학생들이 자비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뒷짐만 지고 있으니 어디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분개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