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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그것은 경이로움이었다. 물결의 움직임도, 나룻배의 일렁임도, 안개가 이동하는 소리마저도 정지해 버린 짧은 한순간이었다. 대학 졸업반 때 산정에서 밤새 별을 관측하고 내려오다 새벽 저수지에서 만난 짧은 순간 자연의 침묵, 그것은 놀라운 자연의 신비였다.
그때의 한순간을 기상학에서는 호수풍(Lake Breeze)의 방향이 바뀌기 전 잠깐 동안 나타나는 바람의 고요(Calm) 상태라고 한다. 한낮에 햇볕이 내리쬐면 호수 주변의 땅은 빨리 데워져 기온이 상승하는 데 반해 호수면은 그다지 잘 데워지지 않는다. 낮에는 땅의 공기가 빨리 데워지기에 상승기류가 생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차가운 호수의 공기가 상승기류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땅으로 움직인다.
호수풍은 땅의 기온이 가장 높아 상승기류가 왕성해지는 오후 1~3시 사이에 가장 강하게 부는데, 밤에는 반대로 땅 쪽에서 호수 쪽으로 바람이 분다. 물과 땅의 비열 차이로 만들어지는 국지적인 바람이다. 이렇게 정반대로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시간은 새벽과 초저녁으로, 그때 내가 만났던 경이로움이 바로 새벽 호수풍의 고요였다.
바람이 생기는 주원인은 기압 차이지만 이처럼 바다나 호수, 산악의 지형적인 영향 때문에 부는 바람을 국지풍(局地風)이라고 한다. 산악에서 만들어지는 바람이 산곡풍이라면, 바닷가에서 만들어지는 바람이 해륙풍(海陸風)이다. 낮 동안에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해풍(海風)과 밤에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육풍(陸風)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해륙풍은 이동성 고기압권 내의 맑은 날씨에서 잘 발생하며 동해안 지방에서 비교적 탁월하게 발생한다.
‘해륙풍의 방향이 바뀌면 날씨가 급변할 징조’라는 속담이 동해안의 어민들 사이에서 전해져 온다. 이 속담 안에는 해륙풍 생성의 원리가 되는 바다와 육지 사이의 비열 차를 깨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다른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기치 않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해륙풍의 방향 급변은 강한 저기압이 접근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해륙풍으로 인해 바닷가 비행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상 과학적 타당성이 높은 속담이기 때문에 해륙풍의 바람이 바뀌는 것을 보면 바다에서는 미리미리 대비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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