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스와잭
[잠실=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두산 선발투수 스와잭이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5. 8. 25.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은 야구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미국 야구계에서 KBO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랬다. R.A. 디키는 자서전 ‘어디서 공을 던지더라도’를 통해 한국행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을 무렵 KBO리그에서 뛸 경우 다시는 메이저리그를 바라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KBO리그는 마이너리그 선수가 절대 만질 수 없는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빅리그의 꿈을 접어야만 하는 곳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꾸준히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KBO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3년 1600만 달러(약 173억5000만원)에 ML 계약을 체결한 에릭 테임즈의 경우를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 다나 이브랜드, 앤서니 스와잭, 앤드류 앨버스 등이 빅리그 무대서 두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한국에서 실패한 후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으나 험난한 내부경쟁을 뚫고 재기에 성공했다.

2013시즌 한화에서 뛰었던 이브랜드는 6승 14패 방어율 5.54로 부진했으나 이듬해 불펜투수로 전환해 빅리그 마운드에 섰다. 2014시즌 뉴욕 메츠에서 30경기 27.1이닝을 소화하며 방어율 2.63으로 필승조로 자리했다. 2015시즌 두산에서 5승 7패 방어율 5.26에 그쳤던 스와잭도 2016시즌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다시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고 2017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서 수준급 불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중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 밀워키로 트레이드된 그는 얼마 전 메츠와 2년 14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테임즈 만큼 성공한 KBO리그 출신 외국인선수가 됐다. 앤드류 앨버스는 2014시즌 한화와 계약해 28경기 151.1이닝 6승 13패 방어율 5.89로 재계약에 실패했으나 2년 동안 다시 빅리그에 도전해 2017시즌 시애틀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앨버스는 일본 구단과 상당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시애틀에 방출을 요청했고 곧 행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반전 사례가 꾸준히 나오면서 외국인선수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 마이너리그 생활에 지치거나 꾸준히 출장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또다른 야구를 접하기 위해 한국을 바라본다. 물론 연봉이 한국행을 타진하는 가장 큰 이유지만 향후 빅리그 재진입도 포기하지 않은 경우도 늘었다. 넥센 마이클 초이스는 “테임즈가 걸어온 길을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다른 리그 경험을 원해서 여기에 왔다. 좋은 성적을 내고 미국에 돌아가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 일단 매일 매일에 충실하겠다. 그러면 여러가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ML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찾는 빈도수도 부쩍 늘었다. 미국에서 날개를 펼치지 못한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꾸준히 확인하고 향후 이들의 영입을 타진한다. ML 보장 계약은 아니더라도 구멍난 포지션을 채워 넣을 때 한국에서 작성한 리스트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브랜드와 스와잭, 앨버스 모두 ML 스카우트들은 한국에서 고전한 것을 고려하면서도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고 영입에 나섰다.

대다수의 외국인선수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여행을 한다. 아마추어 시절 초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다가도 ML 벽을 넘지 못해 태평양을 건너고 다시 금의환향하는 경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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