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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김수현 씨! 대체 정체가 뭐죠?’
여배우보다 작은 얼굴 때문에 “정말 외계인인지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 천방지축 장난을 치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눈물을 뚝뚝 흘려 “연기 천재다. 신들린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2007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 꼭 7년 만에 김수현(26)은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됐다. 아역 시절부터 연예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탄탄한 연기력에 또래 한류 스타들이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까지 더해지며 김수현은 이제 ‘한류킹’ 딱 한 자리만 남겨놓고 있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로 전 국민을 ‘도민준빠’로 만들어버린 남자 김수현을 만났다.
◇너무나 인간적인 외계인의 초능력, “나 안 이상해?”
‘별그대’는 김수현 팬들에게 배달된 ‘로맨스 특급우편’ 같은 작품이었다. 그를 국민 배우로 키운 MBC ‘해를 품은 달(2012년)’ 이후 달콤한 멜로에 굶주렸던 팬들에게 “옜다! 로맨스” 하듯 가슴을 설레게 하는 스토리를 선사했다. 조선 시대부터 400년을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은 지구에서 마지막 3개월을 남기고 운명처럼 천송이(전지현)를 만난다. 시공을 초월한 로맨스가 불붙으며 외계인이냐 지구인이냐의 문제는 저 멀리 물러났다.
국내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한 외계인 캐릭터에 대해 그는 “외계인이라 특별히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지구인과) 감정선을 똑같이 가져가는 걸로 설정돼 있었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민준이 처음 지구에 도착해 400년간 살며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상처주고 하면서 마음을 닫아가는 과정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외계인을 연기하느라 남모를 아픔도 있었다. 인파가 붐비는 촬영장에서 초능력 신을 찍을 땐 절로 진땀이 흘렀다. 그는 “현장에 스태프도 있고 주민들도 있는데, 혼자 초능력 한다고 눈을 이렇게 뜨고 힘을 주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친구들한테 방송장면에서는 어떻게 보이냐고 했더니 ‘너 진짜 초능력 하는 거 같아’라고 해서 좀 마음을 놨다”며 웃었다. 도민준의 초능력 중 탐났던 것을 묻자 “공간 이동은 참 부럽더라. (촬영 끝나고) 집에도 빨리 가고, 어디 갑자기 짠 나타나기도 하고…”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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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사심 담긴 키스신, “꺄~ 소리 지르게 하고팠다”
도민준은 키스만 하면 기절하는 남자였지만, 꽤나 능숙한 키스 실력(?)을 보였다. 농익은 키스는 도민준이 아닌 그의 생각이었다고 했다. “키스만 하면 기절하는 분이 키스를 잘하는 게 말이 안 되지않나? 그래서 어설프게 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이 장면을 보며 시청자들이 ‘꺄아~어떡해’ 하고 소리 좀 질렀으면 좋겠다 싶어 키스에 각을 더 만들기도 했다”며 깔깔댔다.
숱한 키스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얼음낚시터에서 시간을 정지시킨 채 나눈 키스다. “에필로그로 담긴 장면인데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달려가 손을 잡고 키스했다. 그날 눈도 많이 오고 얼음도 꽝꽝 얼어 있었는데, 그 키스로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딱히 대본에 행동 지문이 나와있지 않아 키스 할 때 어깨를 잡을까, 목을 감쌀까 고민하다가 장갑을 벗고 손을 잡았는데, 나중에 종방연에서 만난 작가님이 그 장면이 정말 좋았다고 해서 흐뭇했다.”
◇내 사랑 천송이 지현 누나 “모든 남자가 좋아 죽더라”
‘별그대’의 이례적인 흥행에는 파트너 전지현의 몫이 컸다. 전국 1298만 명을 동원한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 ‘도둑들(2012년)’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2년 만에 안방에서 재회했다. 15년 만에 안방에 컴백한 전지현은 몸을 던지는 열연으로 김수현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그는 “영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 굉장히 편안했다. 지현 누나가 워낙 성격이 쾌활해서 서로 분위기 맞추기도 좋았다. 그리고 지현 누나가 나이차는 좀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몰입이 잘 되지 않나? 하하. 누나가 아주 열심히 캐릭터를 준비해와서 촬영 내내 ‘나는 지금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지현을 만나는 게 그만의 기쁨은 아니었다. 김수현은 “누나와의 현장은 굉장히 화기애애했다. 모든 남자 스태프들, 장태유 PD님, 카메라 감독님, 조명 감독님이 다 속된 말로 ‘좋아 죽겠는’ 상태였다. 마지막 촬영 후 누나가 ‘야~ 너무 잘했어, 도민준’ 이러고 나도 ‘천송이 정말 최고였어요’라며 덕담 배틀을 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까칠한 도민준 “그렇게만 하면 정말 내 여자가 되는 걸까요?”
‘별그대’ 팬들은 도민준을 ‘도교수’, ‘도매니저’, ‘도할배’ 등으로 불렀다. 김수현은 “민준이 형”이라고 했다. “민준이 형은 아는 게 많고 진중한 것 같다. 처음 대본을 받고 천송이가 하는 대사나 행동을 보며,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걸 썼지 싶을 만큼 귀여워 죽겠더라. 그런 발랄한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할 것 같다. 그런 여자친구를 감당하려면 도민준 정도의 성격과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도민준은 똑똑하고 깔끔하며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성격으로 그려졌다. 그는 “좀 궁금한데 도민준처럼 ‘몰라’, ‘시끄러워’, ‘안 해’ 이러면 정말 그 여자가 내 여자가 되나 싶다. 실제 나는 도민준처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여자친구에게 마음을 잘 표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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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던 결말은 “눈물, 콧물 쏟는 새드 엔딩”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마지막회 대본이 나오기까지 결말을 몰랐다고 했다. “사실 난 새드 엔딩이길 바랬다. 도민준이 예정대로 어쩔 수 없이 지구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헤어지는 걸 예상했다.”
지난 3일 뒤늦게 종방연을 하고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거나하게 취해 웃고 떠들면서 비로소 ‘별그대’와 서서히 이별하는 중이다. “촬영 내내 잠을 많이 못 잤고, 많이 춥기도 했지만 ‘별그대’를 뜨겁게 마무리해 행복했다.”
◇나에게 하는 말 “눈빛에 자신감과 여유를 담을 것”
김수현과 함께한 배우들은 “감정 표현이 섬세하다”, “머리가 비상하다”, “몰입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김수현의 성공 요인 중 첫째가 연기력이라면, 작품 보는 안목은 두번째 요건이다.
그는 “내가 표현할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가가 기준이다.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이 곤이에 대해 말하며 ‘이 남자 가질 수 없는 건가?’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가질 수 없는 남자는 굉장히 갖고 싶겠구나 생각했다. 도민준은 정말 가질 수 없는 남자였고, 그런 방향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연기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데뷔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도전자’라고 했다. “도전자의 자세에서 최대한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대한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해 도전해가고 싶다. 연기를 어떻게 할까 보다는 ‘어른이 돼야지, 남자가 돼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누군가 ‘남자는 눈빛에 자신감과 여유만 있으면 된다’고 하더라. 그게 박혀서 늘 눈에 그런 걸 담고 싶었다. 지금은 그 이상을 담고 싶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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