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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201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경기가 열렸다.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서로를 신경쓸 여유가 없다. 반가운 해후를 생각하기도 전에 냉혹한 생존경쟁과 마주했다. 이 중 둘은 당장 다음시즌 계약이 걸려있는데다 팀이 하위권이라 사실상 남은 시간이 두 달 뿐이다. LA 다저스 류현진과 샌프란시스코 황재균(이상 30)에 김현수(29)가 볼티모어를 떠나 필라델피아로 둥지를 옮기면서 한국 프로야구 시절부터 절친이던 동갑내기들이 모두 내셔널리그에 모였다. 비자문제로 발이 묶인 강정호(30)의 소속팀 피츠버그도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함께 경기를 치른데다 2006년 KBO리그에 함께 데뷔한 친구들이지만 마음 편히 만남을 즐길 시기가 아니다. 셋 모두 남은 경기에서 건재함을 증명해야 다음 시즌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어깨 수술 후유증을 털어냈지만 선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류현진이나 플래툰시스템에 희생돼 가치를 잃고 팀을 옮긴 김현수, 빅리그 루키라 주전 보장이 되지 않은 황재균 모두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현수나 스플릿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황재균은 잔여경기 활약여부에 따라 빅리그 기회를 잃을 수도 있어 더욱 절박하다.

그나마 류현진이 가장 안정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어깨 수술 후유증을 딛고 올해 복귀해 15경기(선발 14경기)에서 3승 6패 1세이브 방어율 4.17로 선전하고 있다. 2013년부터 빅리그 통산 31승(22패) 방어율 3.44로 준수한 성적을 남겨 빅리그 잔류는 어느정도 보장된 상태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앞세워 1988년 이후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다. 때문에 다른 해보다 더 냉정하게 선수를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남은 등판에서 건재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야 포스트시즌 무대에 동참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31일 샌프란시스코전에 선발등판해 상대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를 압도하는 투구를 해야 한다. 특히 이날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가 최근 복귀한 황재균과 투타 맞대결도 기다리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황재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황재균. (스포츠서울 DB)

황재균은 류현진에게 통산 13안타 타율 0.289를 기록했다. 홈런은 한 개도 뺏지 못했다. 2012년 이후 5년 만의 투타 맞대결인데 황재균 역시 팀내 입지가 불안해 친구 사정을 봐 줄 여유가 없다. 샌프란시스코가 지난 26일 주전 3루수 에두아르도 누네즈를 보스턴으로 트레이드해 황재균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지만 냉정한 메이저리그의 선수 운용 시스템을 고려하면 이번이 그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상 시즌 종료까지 남은 두 달안에 승부수를 던져 스스로 입지를 다져놔야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다. 절친과의 투타 맞대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다.

\'4타수 무안타\' 김현수, \'신경쓰이네..\'
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하몬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미네소타 트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경기에서, 볼티모어 김현수가 첫타석 타격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트레이드로 필라델피아로 향한 김현수의 전망도 어둡다. 타자들이 활개를 치는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내셔널리그는 강한 투수들이 많은 곳이다. 다행인 점은 김현수가 지난 2년간 인터리그 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23안타 10볼넷 타율 0.307로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필라델피아는 하위 켄드릭을 워싱턴으로 트레이드하는 등 리빌딩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김현수에게 출장기회가 많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필라델피아 맥 클렌텍 단장은 “벤치멤버와 비슷하게 김현수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김현수의 현실을 고려하면 백업경쟁만으로 빅리그 재계약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타격기계’라는 애칭을 새 리그, 새 팀에서 빠른 시일 내에 증명해야만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다.

ML 진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동시에 맞은 네 친구들이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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