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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또다시 ‘보톡스 전쟁’을 시작했다.
최근 메디톡스가 미국 법원에 대웅제약과 파트너사 알페온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진 것. 메디톡스는 전(前) 직원이 대웅제약에 거액의 돈을 받고 자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정보를 전달했다고 주장 중이다. 두 제약사는 지난해에도 기술 도용 논란으로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모든 주장이 허구라며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메디톡스 “대웅이 균주 도용했다” 美 민사소송21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터 법원에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알페온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소장에서 전 직원 이모씨가 대웅제약의 연구개발 담당 직원을 통해 자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정보를 전달하고 12만달러(약 1억3000만원)의 대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메디톡스에서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의 제조 및 생산·개발 등에 참여했다. 메디톡스는 소장에 이씨가 대웅제약의 지시를 받아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자사의 영업기밀 일체를 넘겨줬다고 적시했다. 메디톡스는 소장에서 “대웅제약과 알페온이 자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도용해 수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며 “자사의 독점 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균주 출처 논란 발화…수사 의뢰까지두 제약사의 보톡스 관련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다.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는 지난해 11월 메디톡신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웅제약이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의 유전체 중 독소 관련 염기서열 1만2912개가 메디톡스 균주와 100% 일치한다”며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빼돌려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개발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이 용인시 마굿간 토양에서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발견했다고 밝힌 사실과 관련해서도 획득 경위가 명확지 않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이종욱 부회장은 “보툴리눔 톡신 균을 토양에서 배양할 수 있는 건 과학적 논문을 통해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라며 “균주의 출처가 달라도 독소에 관여하는 독소단백질의 염기서열이 일치하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출처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무혐의로 내사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송 건과 관련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민사소송을 통해 제기한 주장은 허구이며, 소송과정에서 모든 주장이 거짓임을 철저히 입증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는 법적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허가 받은 ‘나보타’에 대해 지속적으로 흠집 내기를 시도해 왔다”며 “메디톡스가 국내에서의 지속적인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가 없자 보툴리눔톡신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며, 이는 대웅제약의 해외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웅 ‘나보타’ 미국 진출 눈앞…업계 “소모적 논쟁”이번 소송 건이 주목 받는 이유는 최근 대웅제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나보타’의 판매 허가를 신청, 승인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내 보톡스 점유율은 메디톡스의 대표 제품인 ‘메디톡신’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전체 매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보톡스 시장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전 세계 보톡스 시장의 절반에 달한다. 대웅제약은 국내에서 메디톡스, 휴젤에 이은 후발주자로 보톡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가장 먼저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휴젤 ‘보툴렉스’는 올해 말 임상3상을 종료할 예정이며 메디톡스 ‘메디톡신’은 임상3상 진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문제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메디톡스 측에는 흠집내기에 대한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메디톡스는 소송을 통해 침해된 지적 재산권을 반환받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이 논쟁이 소모적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톡신의 최대 시장인 미국 등의 진출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국내 제약사 간 갈등이 지속되면 국산 보툴리눔톡신 의약품의 이미지만 실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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