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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8원!’
K리그가 출범 30년 사상 최초로 객단가와 유료 관중 비율을 공개했다. 특히 상위 14팀이 겨룬 지난 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객단가가 3708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이사회와 정기 총회를 열고 객단가와 유료 관중 비율을 밝혔다. “리그 재정 건전성 확보와 팀간 선의의 경쟁 유도를 위해서”라는 공개 이유도 덧붙였다. 영화 티켓 한 장의 절반도 안 되는 3708원이란 초라한 수치는 K리그가 프로스포츠, 국민 여가 생활의 한 방편으로서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매우 높다고 할 수도 있다. 이번 객단가 공개를 통해 K리그가 스스로의 가치를 올릴 방향은 어떤 것일까.
◇K리그 3708원 vs 프로야구 9125원
프로스포츠에서 ‘객단가’는 좌석 하나당 평균 매출액을 뜻한다. 지난 해 K리그 클래식 경기장을 찾은 총 관중은 203만9475명. 반면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의 총 입장수입은 75억6304만6077원이었다. 총 입장수입을 총 관중으로 나눈 것이 바로 객단가인데, 산출 결과 1부리그는 3708원이었다. 객단가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6452원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지방의 두 구단은 2000원도 안 되는 객단가와 함께 맨 밑에 위치했다. 서울은 유료 관중 비율에서도 85%로 순위 맨 꼭대기에 올랐다. 하지만 30%대에 그친 구단 역시 3곳이나 됐다. 특히 프로스포츠의 상업적 가치를 재는 수단인 객단가의 경우, K리그보다 1년 먼저 출범한 프로야구의 40% 수준에 그쳤다. 그 동안 프로축구는 객단가 공개를 미룬 채 ‘쉬쉬’해왔는데 그 ‘치부’가 이번에 확실히 드러났다. 지난 해 프로야구 구장엔 총 644만1945명이 들어차 587억8541만1641원의 입장 수익을 올렸다. 객단가는 9125원으로 ‘1만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프로야구 한 경기를 보기 위해 소비자가 지출하는 가치는 영화 한 편과 비슷하다.
◇왜? 공짜표 37%+경영 지표 비공개
K리그와 프로야구는 연고 도시 규모나 입장권 및 연간 회원권 가격, 인기 저변 등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프로야구는 9개 구단 가운데 서울에 3팀이 있고, 광역시가 아닌 곳을 연고로 둔 구단은 NC 하나밖에 안 된다. K리그는 포항 광양 강릉 전주 서귀포 등 중·소형 연고지도 많아 소득이나 티켓 파워 등에서 상·하위 구단간 편차가 크다. 그럼에도 이번 객단가 공개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K리그 클래식의 지난 해 일반석 입장권은 6000원~1만원 수준. 골대 뒤 쪽 서포터석을 더 싼 가격으로 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3708원란 객단가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유는 바로 공짜표에 있다. 경기마다 적지 않은 무료 입장권을 뿌리는 데다 팬들도 ‘프로축구는 제 값 주고 보는 콘텐츠가 아니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객단가가 프로야구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졌다. K리그 클래식의 무료 관중율은 지난 해 37%나 됐다. 반면 프로야구는 무료 입장권 비율이 전체 7% 안팎으로 후원사나 관·공서, 저소득층 등 꼭 필요한 곳에만 이를 나눠주고 있다.
각 구단이 객단가 공개를 통한 비교를 자제한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다른 구단의 자료를 보고 참고하고 싶은데 서로들 숨기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작년 우리 구단에 비해 몇 %를 높이자’는 식으로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처럼 투명한 경영 공시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성적과 흥행, 두 날개로 날아야…
프로스포츠는 성적과 흥행, 두 개의 날개가 함께 날아야 한다. K리그는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 ‘흥행’은 등한시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에만 매달렸다. 그러다보니 팬 서비스나 마케팅은 남의 일처럼 여겼다. 선수들 몸 값은 반대로 치솟았다. 스포츠는 물론, 경기장의 분위기와 재미도 함께 만끽하는 한국적 분위기 속에서 프로축구 자생력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또 하나, 구단이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채 대기업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에만 의존하다보니 ‘유료든 무료든 경기장에 사람이 꽉 들어차게 해서 밖으로 알리자’는 생각에 골몰했다. 독일 등 유럽에서 펼치는 저가 정책과 K리그의 공짜표 뿌리기는 엄연히 다르다. “K리그는 돈 안내고 보는 경기”라는 인식이 여전히 팬들 사이에 깔려 있다. 이번 객단가 및 유료 관중 비율 공개를 계기로 프로축구도 ‘제 값’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중들이 돈 내고 축구장에 와서 재미를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구단 혹은 축구계가 마케팅에 보다 힘써야 한다. 프로야구가 최근 몇 년 간 급속히 여성과 가족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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