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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엔 팔팔끓는 보양육수에 양고기를 데쳐먹는 훠궈가 제격이다.

인간이 진화하면서 가축의 고기를 상식하는 문화는 저마다의 조건에 맞춰 다양하게 발달했다. 꼬치에 꿴 고기를 불에 직화로 굽는 방법에서부터, 번철을 사용하는 법, 그릴과 오븐에 굽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무래도 농경민족에 비해 유목민의 육식 습관이 더 발달하게 마련인데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유목민족들은 다양한 육식문화를 발전·계승해왔다. 간단하고 빠른 조리를 선호하는 유목 민족의 육식 습관이 중국의 우수한 식문화를 받아들여 매우 특별한 요리를 고안해냈는데 그것이 바로 훠궈(火鍋)다. 낙농국가인 스위스인들의 퐁듀가 육수대신 치즈를 넣을 뿐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것도 주목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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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궈는 중국인들의 여름철 제일 보양식으로 꼽힐만큼, 좋은 약재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다.

정착 농경사회에서 주로 사용하는 솥문화가 덧붙여져 만들어진 훠궈에는 매우 다양한 향신료와 양념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일반 유목민의 요리와 차별화된다. 훠궈가 절정의 식문화를 꽃피운 곳은 바로 중국 쓰촨(四川)이다. 맵고 진한 향신료를 즐기는 쓰촨 지방에서 훠궈에 들어가는 양념이 다양해지고 정찬요리로 격상됐다.
훠궈는 식탁에 불을 지피고 그위에 솥을 걸어 양고기 등을 익혀먹는 요리다. 미리 육수를 넣어놓은 솥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먹는 훠궈는 중국음식 중에서도 특별한 축에 속한다.
우리처럼 불판 문화가 발달한 민족에게는 낯익지만, 서양인들에게 식탁에 불을 직접 올리는 문화는 매우 예외적이다. 보통은 초나 작은 화로만이 식탁에 오를 수 있는데, 그것도 데우기 위한 목적일뿐 음식을 직접 익히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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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저민 양고기를 맛난 두가지 육수에 슬쩍 데쳐먹는 불이아의 훠궈. 유목민의 음식이었던 훠궈의 인기가 이젠 세계적으로 뻗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홍대입구에 위치한 불이아(弗二我)는 샤부샤부가 아닌 정통 훠궈의 대중화에 앞장 선 곳으로 많은 수의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명가다. 담백한 백탕(하얀 육수)과 매운 홍탕(붉은 육수)을 한 솥에 담을 수 있는 원앙(鴛鴦)냄비에 양고기와 소고기, 다양한 채소와 해물을 데쳐서 맛볼 수 있다. 양고기를 주문했다. 원앙솥이 오르고 버섯과 채소, 중국당면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 양고기는 얇게 저민 붉은 살로 기름기도 적당하고 선명한 붉은 빛을 낸다. 곧 육수가 끓어오르고 몇점씩 데쳐서 각각 맛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담백한 백탕이 더 낫지만 젊은 층에선 얼얼한 매운맛의 홍탕을 더 선호할 듯하다. 백탕은 뼈와 노계(늙은 닭)를 고아 낸 육수이며 홍탕은 팔각, 정향, 통후추, 월계수잎, 화지아오 등 약재를 얼큰한 고추 양념에 우려낸 그야말로 보약탕이다. 고기를 육수에 데쳐먹는다는 점에선 같지만 샤부샤부는 육수보다는 재료의 맛이 맛을 좌우하는 반면, 훠궈는 진한 육수와 어우러진 고기맛이 일품이다. 한마디로 고기를 먹기위한 요리라는 것이다. 슬쩍 고기를 넣고 몇번 휘젓기만 해도 진한 향신료의 육수맛이 금세 배어든다. 다양한 채소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것도 고기맛을 한층 올려주는 요소다. 해물과도 어울리지만 역시 고기를 데치는 것이 제일이다. 여러가지 맛난 소스도 함께 제공되지만 육수에 데쳤다 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맛이 난다. 유목민족에서 한족으로, 이제 한국인의 입맛까지. 훠궈의 전파속도는 칭기즈칸의 군대처럼 빠르게 식탁을 점령중이다.
<육도락가·축산물쇼핑센터 AZ쇼핑 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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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아의 훠궈를 맛보고나면 여러모로 흡족하다. 다양한 육수와 소스의 맛을 즐겨서 좋고, 귀한 약재 육수에 몸이 든든해진 것 같은 뿌듯함도 좋다.

★불이아=‘나와 뗄 수 없는 둘도 없는 친구’란 뜻으로 중국 쓰촨식 훠궈를 전문으로 하는 집. 약 10년 전부터 인기를 모으기 시작해 현재 서울과 지방에 수많은 지점을 두고 변함없는 인기몰이 중이다. 정식으로 주문하면 모둠채소와 버섯, 당면사리, 소스 등이 함께 나온다. 양고기와 소고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가격은 각각 1만9500원, 1만8500원이다. 고기를 반씩 섞어나오는 불이아 정식(1만8500원)도 있다. 모듬해물과 새우·생선완자 등 다양한 먹거리를 추가할 수 있다. 홍탕으로 주문시 5000원 추가. 서울 마포구 동교동 161-14.(02)335-6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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