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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매력적인 조인성을 만날시간. 9년간의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영화 ‘더킹’(한재림 감독)이 베일을 벗었다. 조인성 부터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까지 화려한 캐스팅에 거는 기대는 팬이나 관계자들이나 한 마음이었다. 무엇보다 조인성의 경우 2008년 ‘쌍화점’ 이후 첫 스크린 복귀작인 만큼, 가장 많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된 지난 12일 조인성의 대기실에서 조차 마음편히 있지 못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와 ‘아수라’ 등 두 편을 연달아 개봉했던 정우성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언론·배급 시사회를 기다렸다면, 조인성은 오랜만에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자신의 모습에 내내 초초해 했던 것. 하지만, 우려와 다르게 조인성은 그 어느때 보다 더 강렬했고, 유쾌하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쳐지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 몇몇 영화들이 사회적 약자를 통해 대한민국의 부조리함을 담아내며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영화는 세상위에서 군림하는 권력가들의 민낯을 들춰내며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가 가진 부조리함을 담아냈다.
눈에 띄는 건 단연 조인성이다. 삼류 인생 아버지 밑에서 양아치 고등학생으로 자란 태수 역을 한 그는 검가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권력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된다. 어린시절 주먹질을 하며 양아치의 모습을 그대로 입은 듯 껄렁대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차 권력의 맛을 알아가면서 부터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몸으로 열연하며 권력앞에 처참하게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영상미 속 잔잔한 내래이션도 설득력있다. 고등학생 시절 주먹을 쓰며 아무도 못 건드리던 시절, 두꺼운 안경을 쓰고 공부만 하는 우등생을 향해 “어른이 되서는 저 코찔찔이들이 힘을 쓴다”고 읊조린다. , 검사가 되어 권력의 중심이 되어가는 과정에선 “나는 사기꾼이자 양아치였다”라며 위트있게 얘기한다.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해 현대사를 관통하는 박태수의 일대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조인성이 선두에 서 영화를 이끌었다면, 정우성은 뒤에서 밀어 힘을 보탰다.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등 배우들 역시 강렬한 존재감으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스토리텔러’ 한재림 감독은 이 멋진 배우들을 더욱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표현하며 만족감을 더해준다. 1980년대 부터 2010년대를 관통하는 영상미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독의 영상미로 자연스럽게 134분간의 러닝타임에 꼭 맞췄다.
배우들의 연기 외 흥미로운 점도 있다. 과거 대통령들의 실제 모습 그리고 선거가 치러지는 과정에서의 각계각층에서 긴장하고 작전을 짜는 등 일련의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짧은 화면이지만 흥미롭게 비쳐진다. 한재림 감독은 이슈는 이슈로 덮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는 면면들을 깊이있고, 설득력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아마도 어떤 관객은 ‘더 킹’에 대해 “현재 대한민국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사건사고 보다 약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탄핵 그리고 현실의 탄핵이 공존하고 있는 현실에 살고있는 만큼, 영화를 보며 더 분통이 터지는 관객들도 있을 터. 이를 예감했을까. 한재림 감독은 주인공 조인성의 입을 통해 자신의 한 마디를 던지는 영리한 한 수를 던지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관객들의 몫이다.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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