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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미우 골즈~ 미우 골즈~ 소 펠레~ 소펠레~”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목청을 돋우며 모여들더니 이내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합창으로 변했다. 경기가 대승로 끝난 이후에는 그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브라질과 온두라스의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4강전이 열렸던 1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스타디움은 열정적인 브라질 팬들의 응원함성을 더욱 크게 퍼지게 만든 울림통과도 같았다.
◇축구는 브라질의 자존심, 펠레가 최고다바로 전날 믿었던 여자축구가 결승진출에 실패했고, 조별리그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던 배구가 중국에 막혀 8강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겪었던 터라 축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았다. 여자축구 준결승이 열렸던 17일에도 마라카낭 주변은 인파로 넘쳐났다. 주변 도로를 통제하면서 교통체증도 심각했다. 남자 축구가 열린 이날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평소 40분 걸리던 셔틀버스가 그 2배인 1시간 20분 가량을 들여서야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노란색과 녹색, 파란색 세 가지로 구성된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은 물론이고 풀루미넨세, 코린티안스 등 유명 클럽의 유니폼들을 챙겨입은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경기 중에도, 경기를 마친 후에도 브라질 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부르던 노래는 브라질의 축구에 대한 자존심을 표현했다. 각양각색 수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할 때만큼은 정확하게 하나로 목소리를 모았다. ‘미우 골즈(mil gols), 소 펠레(so Pele), 마라도나 셰이라도스(Maradona cheirados)’라는 가사로 이뤄진 이 노래를 해석하면 ‘1000골, 오직 펠레뿐, 마라도나는 코카인쟁이’가 된다. 브라질에는 전설적인 영웅 펠레는 그와 비견되곤 했던 마라도나와 ‘급이 다르다’는 브라질 축구 팬들의 우월감과 자신감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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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성지를 가득 채운 브라질 팬들의 열정
마라카낭 스타디움은 브라질 축구팬들에게는 비극의 장소로 기억돼 왔다. 지난 1950년 월드컵을 개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경기장은 브라질 축구의 성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당시 마라카낭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브라질은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알려진 당시의 기억은 지금까지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았다. 상파울루의 축구박물관에는 줄리메컵 등 빛나는 브라질 축구의 역사와 함께 ‘마라카낭의 비극’을 소개하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있을 정도다.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에는 브라질이 이곳에서 치른 경기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준결승전을 비롯해 결승전도 ‘축구의 성지’ 마라카낭에서 열린다.
과거 20만명 까지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브라질월드컵 등을 위해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면서 현재는 8만석 정도로 관중석의 규모가 줄어들었다. 도너츠 모양의 형태에 관중들의 머리위로는 지붕이 둘러쳐져 있다. 완만한 각도의 좌석배치는 안정적인 시야를 제공함과 더불어 열정적인 응원을 그라운드 위로 모아주는 역할을 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브라질 팬들은 선수들 움직임 하나하나에 격하게 반응하며 마치 한 몸처럼 경기를 치렀다. 응원을 주도하는 ‘서포터스’도, 북이나 나팔같은 보조도구도 없었지만 그들이 내지르는 함성과 노래는 일사분란했다 . 브라질이 공격을 전개할 때마다 기립해 함성을 지르는 팬들의 모습은 마치 상대 진영으로 노란색 파도가 몰려가는듯 했다. 선수들도 힘이 난 듯 6골 맹폭으로 화답했다.
◇비극의 마라카낭은 환희의 기억으로 바뀔까브라질이 결승에 선착한 가운데 금메달을 다툴 상대는 독일로 정해졌다. 독일이 어떤 팀인가. 2년전 월드컵 당시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맞상대해 브라질에 1-7의 굴욕적인 기억을 선사했던 팀이다. 브라질의 입장에서는 안방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가져간 독일에게 설욕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독일에 비극적인 기억을 안겨주며 금메달 획득으로 응수할 수 있는 기회다. 당시 부상으로 인해 팀의 참패를 바라보기만 했던 네이마르는 독일과 재격돌에 나설 수 있다. 준결승에서 온두라스를 상대로 2골 2도움 맹활약한 네이마르는 경기 후 기다리던 전 세계 수많은 취재진들의 인터뷰 요청을 손을 흔들어 거절하면서 믹스트존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브라질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 스타 네이마르가 오는 21일 마라카낭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독일을 물리치는데 앞장서고, 브라질의 올림픽 역사상 첫 축구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어떨까. 마라카낭은 비극의 기억을 넘어 환희의 장소로 남을 수 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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