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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2016 리우올림픽에 나서는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22·연세대)는 어디에 소속된 선수일까.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소속일까. 대한체조협회의 등록선수일까. 그도 아니면 소속 에이전시와 계약관계에 있는 선수일까. 16일(한국시간) 올림픽이 막바지로 향해가는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손연재의 그간 사정을 살펴보면 언뜻 답을 내리기 어렵다. 선수 관리에 책임이 있는 대한체육회, 대한체조협회, 소속 에이전시 모두 손연재의 올림픽 준비과정에 중대한 허점을 남겼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남 탓 속에 손연재는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다 왔다. 만약 손연재가 메달을 따낸다면 선수 관리에 소홀했던 각각의 단체들은 그 성과를 자신의 공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손연재를 찾아라” 리우에선 무슨 일이?손연재가 언제 리우올림픽 현장에 도착해 선수촌에 입촌하게 될지는 그가 리우데자네이루의 갈레앙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비밀이었다. 보다 정확히는 아무도 확실하게 일정을 아는 이가 없었다. 에이전시 측은 “러시아 측에서 보안을 이유로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다”며 “현지시간 15일 오후 5~6시께 공항에 도착해 6~7시께 선수촌에 입촌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항공편을 이용하는지 육로로 이동하는지 확실치 않았다. 체조협회는 “체육회에 입촌 일정을 알려야 해 지난 달부터 에이전시에 일정을 문의했지만 정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체육회는 “선수 측에서 경로 비공개 의사를 표하며 일정을 알리지 않고 있다. 교통편은 일체 선수측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체육회는 입촌 시에만 지원하기 때문에 입촌 시각 외에는 더 이상의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3자 모두 “알지 못한다”는 공통된 말을 하며 서로 ‘남 탓’만 했다.
손연재는 오후 9시 40분 도착하는 비행편으로 리우에 도착했다. 그나마도 선수단을 마중나온 러시아측 관계자가 정확한 시간을 알려줬다. 에이전시의 말을 인용해 ‘5~6시 사이’를 도착 예정시간으로 얘기한 체조협회 관계자는 9시가 넘어서야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고, 에이전시는 9시 50분이 지나서야 “9시 40분에 도착한다”고 전했다. 체육회는 “오후 10~11시 사이에 선수촌에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러시아는 알아도 한국은 손연재가 언제 오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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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눈치보느라 선수관리 등한시한 협회
손연재는 지난 달 말 평소 함께 훈련해오던 러시아 대표팀과 상파울루에 도착해 현지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도핑파문이 불거져 출전이 확정되기까지 브라질 이동 일정도 불투명했다. 에이전시는 러시아 훈련지에서부터 손연재의 체력과 부상을 관리하기 위한 트레이너를 파견해 왔다. 러시아 대표팀에 끼인 채 훈련해온 탓에 에이전시에서는 러시아 측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측이 불편해할 경우 손연재의 훈련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할만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체조협회는 손연재에게 태극마크를 줬을 뿐 그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브라질에 입성한 이후에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다. 협회가 국가대표 자격을 준 등록선수에 대한 관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리우 현지에 2명의 부회장이 체류중이고, 협회 전무이사와 국가대표팀 코치도 도착해 있었지만 기계체조 선수단이 지난 14일 귀국길에 오른 가운데 손연재가 도착하는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없었다. 그나마 마중을 나온 협회 직원은 택시를 타고 공항에 왔다. 선수는 대회 조직위가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태워보내고 자신은 택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훈련은 러시아 선수단에 넘겨놓고 이동은 선수 몫으로 맡겨둔 상황. 미나가와 가호를 데려가기 위해 3명의 관계자가 동행한 일본과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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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표팀과 브라질 현지에서 훈련해 도움됐다”
올림픽이 진행중인 리우에 도착한 손연재는 “상파울루에서의 훈련은 좋았다. 러시아 대표팀과 브라질 현지에서 운동을 할 수 있어서 훨씬 도움이 됐다. 경기를 사흘 정도 앞둔 시점에 리우에 왔지만 그동안 브라질에서 계속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브라질에서, 혹은 캐나다나 미국 등 인근 국가에서 적응훈련을 거쳐 리우에 도착한 것을 고려하면 손연재의 말은 수긍할만하다. 도움이 됐다는 현지 적응훈련을 체조협회는 왜 마련하지 못했던 것인지 궁금한 부분이다. 대회 조직위가 이미 지난달 정해놓은 훈련일정은 국제체조연맹(FIG)을 통해서도 공개돼 있다. 그럼에도 체육회 측은 “코칭스태프 측에서 훈련일정을 정해 알려줘야 하는데 아직 들은 것이 없어 일정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남은 기간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집중해서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의 마지막 경기이니 실수없이 깨끗하게, 제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경기가 되도록 열심히 준비했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뤄지도록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악재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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