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지난달 엠넷 ‘음악의 신 시즌 2’ 9회. 이상민이 자신이 이끄는 기획사 LTE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이끌고 SM엔터테인먼트 본사를 방문한다. 거기서 SM ‘아이돌’이 깜짝 등장하지만 정작 LTE 소속 가수들은 SM ‘아이돌’을 보며 “누구?”라고 외친다. 모큐멘터리(가짜 다큐멘터리 형식) 형식의 이 프로그램에서 이날 자신을 아무도 못알아보는 설정의 ‘굴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당당한 표정을 유지하던 이는 바로 밴드 트랙스의 기타리스트 정모였다.

아이돌 그룹에 특화됐다는 인식이 강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록밴드의 기타리스트. 그는 2004년 가요계에 데뷔한 12년차 아티스트다. 최근에는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그룹 ‘김희철&김정모’의 두 번째 미니 앨범 ‘종합선물세트(Goody Bag)’를 발표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발매된 ‘김희철&김정모’의 두 번째 미니 앨범 ‘종합선물세트(Goody Bag)’ 앨범 크래딧을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프로듀서’에 ‘김정모’라고만 적혀 있다는 점이다. SM에서 나오는앨범의 프로듀서란에는 아티스트 한명의 이름만 올라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희철&김정모’ 모든 곡은 김희철 작사, 김정모 작곡&편곡으로 이뤄져있는데, 다양한 작사-작곡가의 이름이 쓰여있지 않은 것도 이 앨범이 거의 유일하다. 그만큼 SM에서, 그리고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정모의 음악적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해석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이번 앨범 크레딧을 보면 사실 뿌듯해요. 프로듀서로 제 이름만 올라 있는 건 큰 영광이거든요. 저를 믿어주신 회사에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희철 형과 제가 한 프로젝트가 이상했다면 결코 회사에서 허락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저희를 믿어주셨다는 게 기쁩니다.”

새 앨범 ‘종합선물세트’는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다. 타이틀곡 ‘울산바위’는 트로트이고, 펑크, 록발라드, 하드코어 등 수록된 6곡의 장르가 모두 다르다. 모든 곡을 작곡, 편곡한 정모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지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김희철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의 데뷔곡 ‘뭘봐’는 회사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진행했다. 정모가 드럼, 기타, 베이스, 키보드를 모두 연주해 세션비를 아꼈고, 홈레코딩을 했다. 뮤직비디오도 둘이 DSLR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작업물을 확인한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열정을 갖고 하는게 보기 좋다. 둘은 하고 싶은 걸 앞으로도 마음대로 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인정해줬다. 둘이 군대를 다녀와 지난해 발표한 첫 미니앨범 ‘가내수공업’도 앨범명처럼 돈이 크게 들지 않았다. 작사.작곡료, 세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SM 제작 앨범중 최소 제작비일 것”이라는 게 정모의 설명이다.

김희철&김정모.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정모는 ‘김희철&김정모’의 작사가 김희철에 대해 “쉬운 단어를 쓰는데 은유법이 기가 막혀요. 은유를 어렵지 않게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둘의 성격은 반대인데 음악적으로는 누구보다 잘 맞아요. 좋아하고, 즐겨듣는 음악이 비슷해서인가봐요. 제 곡에 맞는 가사의 쾌감이 있어요. 제가 곡을 쓰면서도 이 곡에 희철 형이 어떤 가사를 붙일지 기대가 돼요.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100% 구현된 가사가 나와요.”

프로듀서 정모는 보컬리스트 김희철에 대해서는 ‘정형화되지 않은 보컬’이라고 정의내렸다. “요즘 노래를 잘한다는 보컬리스트는 뭔가 정형화된 요소가 많은데 희철 형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장르마다 다 다르게 부를 수 있어요. ‘가창력은 이래야 한다’는 공식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희철 형의 보컬을 듣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저희 둘의 프로젝트는 노래방처럼 즐겁고, 신나게 부를 수 있는 걸 우선으로 두고 있어요. 음악이 물론 진지해야 할 때도 있지만 저희는 즐거운 게 우선이에요. 노래방에 가서 신나면 한 장르만 부르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희 앨범도 노래방처럼 다양한 장르를 넣었어요.”

트랙스 멤버로서 정모는 “공백기가 길어질 수록 부담감이 늘지만 자신감이 늘고 있어요. 이전 트랙스 음악과는 약간 다르면서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 같아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기타리스트, 음악 프로듀서로도 꾸준히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사람들이 SM에 들어와서 기타를 배운 게 아니냐, 원래 못치지 않았냐고 묻는데 그렇지 않아요. 기타 때문에 SM에 캐스팅됐는 걸요.(웃음) 어릴 때부터 기타는 제 삶의 일부분이에요. 침대 옆에 늘 기타를 두고 자기 전에 치고, 야구 중계를 보며 치고, 기분이 안 좋을 때 치고. 기분이 좋을 때 쳐요. 프로듀서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밴드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국내에는 밴드 전문 프로듀서가 많지 않거든요. 앞으로도 꾸준히 한우물만 팔 테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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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김정모. 제공 | 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