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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채찍도 맞고, 희열도 느낀 120분의 드라마. 감독 ‘지네딘 지단’ 시대를 여는 진정한 신호탄이 됐다.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누른 뒤 “감독으로 우승하는 건 선수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큰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지단은 사령탑 데뷔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8번째 감독이자 프랑스인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거머 쥔 감독이 됐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선수로 뛴 지난 2001~2002시즌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린 그는 2년 전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또 한 번 정상에 섰다. 그리고 마침내 레알 마드리드 감독 부임 5개월 만에 챔피언스리그 세 번째 우승 고지를 밟은 그는 스스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며 감격했다.
감독 지단 시대를 논하는 건 단순히 우승이란 결과물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 축구에서 다채로운 개성을 지닌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감독으로 경쟁력을 꼽는 건 ‘장악력’이다. 단순히 예전처럼 권위를 앞세운 리더십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무언가 선수단에 크게 내세우지 않아도 신뢰를 이끌 수 있는 카리스마와 그라운드에서 결과를 내는 전술적 감각만이 지도자가 살아남는 법이다. 지단은 이런 면에서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보 감독이지만 탁월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전임 감독 라파엘 베니테즈 체제에선 팀 내 불화설이 숱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레알의 전설로 통하는 지단이 부임한 뒤 라커룸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지단 감독은 선발진과 벤치 요원을 가리지 않고 가깝게 소통하며 빠르게 자신의 축구 색깔을 입혔다. 특히 레알이 자랑하는 화력이 되살아났다. 부임 이후 치른 27경기(리그,컵대회,챔피언스리그 포함)에서 72골로 경기당 평균 2.6골을 기록했다. 최전방 공격 3총사인 ‘BBC(카림 벤제마,가레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살아난 것도 있으나 지단 감독의 2선 운용이 탁월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베니테즈 체제에선 공격과 수비가 따로 노는 경향이 짙었다. 지단 감독은 토니 크로스,루카 모드리치,이스코가 2선에서 공수 가교 구실을 하도록 했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의 재발견도 공수 안정에 이바지했다. 선수 시절 중원의 마에스트로로 주목받은 지단은 레알의 허리를 다지면서 장기적인 비전을 구축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전후반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 승리를 거둔 지단 감독은 값진 120분을 보냈다. 올 시즌 리그 상대 전적에선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1승1무로 앞서 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전적에선 레알이 4승1무1패로 우위여서 통산 10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레알의 유럽 무대 경험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한다. 지도자 11년차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에 비해 1년차 지단 감독은 리그 경험에선 부족할지 몰라도 챔피언스리그에선 그만의 냉정함이 돋보였다. 우선 평소와 다르게 수세적으로 나섰다. 아틀레티코가 레알의 예기치 못한 소극적인 대처에 당황해 전반에 이렇다 할 공략을 하지 못한 이유다. 결국 전반 세트피스에서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리며 계획대로 경기 흐름을 끌고간 지단 감독이다. 반면 후반은 초보 감독의 티가 났다. 시메오네 감독이 실리적인 운영을 펼친 레알을 공략하기 위해 야닉 카라스코를 투입해 측면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때 지단 감독은 조급한 마음에 후반 교체 카드 3장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균형추를 맞추고자 했다. 그러나 후반 막판 카라스코가 동점골을 넣을 때까지 시메오네 감독은 교체 카드 2장을 아끼고 연장을 대비했다. 최대 위기였다. 그러나 연장 들어 아틀레티코와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맞불 작전으로 맞섰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상대 실축 행운을 얻고 마지막 키커를 희망한 호날두를 배치하면서 또 하나의 별을 달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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