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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선수들이 19일 유로파리그 결승 리버풀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UEFA 중계화면 캡처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생애 단 한번도 차지하기 힘든 유럽대항전 우승을 세 시즌 연속 달성한 지도자가 있다. 주인공은 스페인 세비야를 이끌고 있는 우나이 에메리(45) 감독이다. 세비야는 19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잉글랜드)을 3-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세비야는 유로파리그 3연패에 성공했고 클럽 통산 이 대회 5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무후무한 우승 행진의 중심에는 에메리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2013년 1월 세비야의 감독으로 선임된 그는 매시즌 리그에서는 중상위권을 유지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유로파리그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단기전의 승부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2연패 직후 빅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세비야와 연장계약을 체결하면서 의리를 지켰다. 그 결과 또 한번의 우승을 맛보면서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유로파리그 3연패로 명장의 반열에 오른 에메리 감독은 지도자 변신 이후 인생 역전을 맛 본 케이스다. 그는 1990년 레알 소시에다드 B팀을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15년 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현역 시절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하는 ‘B급 선수’에 불과했다. 프로통산 339경기에 출전했지만 대부분 2~3부리그 출전 기록이었고 프리메라리가(1부리그) 무대에서 뛴 것은 단 5경기에 그쳤다.

2004년 무릎 부상으로 32세의 나이에 유니폼을 벗게 된 에메리 감독은 사령탑 자리가 비어있던 3부리그 로르카 데포르티바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운 좋게 지도자로 데뷔했다. 그는 벤치에 앉자마자 승승장구하면서 그라운드를 누빌 때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데포르티바를 두 시즌만에 2부리그로 끌어올렸고 2006년에는 2부리그 알메리아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프리메라리가(1부리그)로 입성시켰다. 2차례 승격을 통해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더 큰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2008년부터 발렌시아로 자리를 옮겨 매 시즌 유럽대항전에 참가하면서 단기전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갔다. 발렌시아에서 보낸 네 시즌동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과 유로파리그 4강 진출이 최고성적이었지만 결과보다는 승부사로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에메리 감독은 3연패에 도전한 이번 결승전에서도 경기 흐름을 바꿔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세비야는 전반 내내 리버풀에게 밀리며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기를 펴지 못했다. 전반전 시도한 슛이 단 1개에 그칠 정도로 암울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에메리 감독은 이전 대회를 떠올리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동점골의 주인공인 케빈 가메이로는 “우리는 리드를 뺏겼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에메리 감독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기회를 기다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라면서 사령탑의 조언이 우승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에메리 감독의 예상대로 세비야는 후반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후반 20초만에 터진 가메이로의 동점골은 경기 흐름을 뒤바꿔놨다. 결국 역전 기회를 놓치지 않은 세비야는 코케가 연속골을 쏘아올리며 역전승으로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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